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상호관세'에 대해 미 연방 대법원이 급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10%의 새로운 과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미 대법원은 현지시간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및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 대한 '펜타닐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1, 2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판결의 핵심은 IEEPA에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에 큰 충격이 될 전망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 확보 차원에서 관세 수익으로 추진하려던 각종 정책에 차질이 생겼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마저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한 것은 트럼프로서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뒤 백악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미 동부시간 24일 0시 1분부터 해당 관세가 발효하도록 하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핵심광물, 승용차, 물가를 건드릴 수 있는 일부 소비재와 식료품 등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10% 새 관세' 부과 발표와 동시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며,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 행동 등에 맞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준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USTR이 개시할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해 "이들 조사는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커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한국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무효가 된 상호관세 대신 앞으로 150일간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동안 외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추가로 관세를 부과해 결과적으로 기존 상호관세만큼의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대법원 판결에 "매우 실망했다"고 비판한 뒤 "좋은 소식은 이 끔찍한 판결을 한 대법원 전체와 의회도 인정하고, IEEPA에 따른 관세보다 강력한 수단, 방법, 법규, 권한이 있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걷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