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선수와 세계 정상급 러너가 달리기로 맞붙는다면?'
최근 한 해외 매체가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러너로서는 자존심 상할 가정인데요. 의외로 승부가 쉽게 갈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어쩌다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됐을까요? 승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올림픽 11관왕' 클레보의 스피드, 논쟁을 만들다
요한네스 클레보(노르웨이)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믿기 힘든 퍼포먼스를 연이어 선보였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만 6관왕에 오르며, 개인 통산 올림픽 금메달을 11개(2018 평창 3관왕·2022 베이징 2관왕)로 늘렸습니다.
노르웨이 한 매체에 따르면, 클레보는 이번 올림픽에서 획득할 수 있는 모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동계올림픽 한 대회에서 금메달 6개를 딴 선수는 이전에 없었습니다.
전 세계가 놀라고 있습니다. 단순히 메달 숫자 때문만은 아닙니다. 클레보의 압도적 스피드에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클레보가 세계 정상급 러너들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옵니다.
캐나다 육상 전문 매체 '러닝매거진'은 최근 클레보의 스피드에 놀라움을 표하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제목은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챔피언이 미친 듯한 오르막 질주로 인터넷을 뒤흔들었다'였습니다.
매체는 "클레보가 스키를 신고 오르막을 달린 속도가 1마일에 6분 이내였다"며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고 알렸습니다. 이어 "약 17km/h의 속도로 7% 경사의 오르막을 헤치며 질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속 17km는 러닝화를 신고 평지에서 달려도 상당히 빠른 속도입니다. 17km를 1시간에 달린다는 뜻이니, 1km를 뛰는 데는 약 3분 31초가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클레보는 스키를 착용한 채, 경사진 눈밭에서 이 정도의 속도를 냈습니다.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는 기록입니다.
경기 영상을 보면 말 그대로 입이 벌어집니다. 클레보는 쉼 없이 다리를 움직이며 전진하고스키 폴을 강하게 찍으며 경사진 설면을 뛰어오릅니다. 매체는 "클레보가 오르막에서 전통적인 '헤링본 스타일'을 활용해 경쟁자들을 제쳤다"고 설명했습니다.
헤링본은 최근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주법입니다. 완만한 오르막에서는 힘을 아끼기 위해 미끄러지듯 오르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클레보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폴과 스키를 찍어내며 전진합니다.
"트랙에 나서도 경쟁이 가능하지 않을까?"
|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이 던져집니다. |
| "클레보가 공식적으로 육상 경기에 나선 적은 없지만, 지구력과 스피드를 봤을 때는 세계 최고 수준의 5km 러너들과도 경쟁할 수 있지 않을까?" |
매체에 따르면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최고난도의 지구력 스포츠 중 하나로, 매우 높은 VO₂max가 요구됩니다. 전문가들은 클레보의 이 수치가 90중반대mL/kg/min(이하 단위 생략)에 이를 것으로 추정 중입니다.
VO₂max는 쉽게 말해 '산소 처리 능력'입니다. 1분 동안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산소의 최대량을 뜻합니다. 심장, 폐,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 근육이 산소를 쓰는 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일반 성인은 35~45, 엘리트 마라토너는 70~85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헐리우드 배우 휴 잭맨이 자신의 SNS에 공개한 VO₂max 수치가 64.3를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만약 전문가 예상대로 클레보의 VO₂max가 90 중반대라면, 클레보가 러너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분석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VO₂max 높으면 러닝 기록도 좋다?…종목 차이점 고려해야
클레보의 경기 영상을 접한 해외 팬들은 "우리가 따라 한다면 구급차가 필요할 것", "평소 심박수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내 누리꾼들도 "내가 러닝화를 신고 7% 경사를 뛰면 3분 31초페이스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VO₂max 90은 어이가 없는 수치다", "맨몸으로 평지를 뛰어도 나오기 힘든 페이스" 등 감탄을 쏟아냈습니다.
다만 종목과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육상 달리기는 하체 근력·지면의 특성·러닝 이코노미(에너지 효율)가 절대적인 운동이기 때문에, 단순히 VO₂max가 높다고 해서 러닝 기록이 좋지는 않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세계육상경기연맹에 따르면 현재 남자 5km 세계 기록은 에티오피아의 베리후 아레가위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레가위는 지난 202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5km를 12분 49초로 주파하며 평균 페이스 2분 34초대를 기록했습니다.
클레보와 러너의 맞대결. 상상 속 이야기일 뿐입니다. 하지만 설원 위에서 증명된 클레보의 스피드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