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800선을 돌파하며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 증시 약세와 지정학적 긴장 등 대외 불안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육천피'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1.28포인트(2.31%) 오른 5808.53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19.64포인트 상승한 5696.89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꾸준히 확대하며 장중 처음으로 5800선을 넘어섰다.
지난밤 미국 증시는 다우(-0.54%), S&P500(-0.28%), 나스닥(-0.31%)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 유가 급등, 사모대출 시장 불안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영향이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이러한 흐름과 달리 강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시장과의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키움증권 이성훈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는 실적 모멘텀과 유동성 등 자체적인 상승 동력을 바탕으로 미국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과거보다 약화된 상태"라며 "사모시장 이슈나 지정학적 불안 등도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을 훼손할 수준의 요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이 상승장을 주도했다. 이날 기관은 약 1조 7천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8510억원, 935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최근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 강세의 배경으로는 반도체 중심의 실적 모멘텀과 정책 기대가 꼽힌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SK하이닉스 지분 5% 보유 사실을 공시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고, SK하이닉스는 93만 5천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도 0.05% 상승한 19만 100원에 마감하며 19만원선을 지켰다.
상법 개정과 주주환원 확대 기대도 금융주와 보험주 강세로 이어졌다. 메리츠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상승했고, 보험주 일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중공업 등 조선·방산·원전 관련 종목도 강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코스닥 지수는 차익실현 영향으로 6.71포인트(0.58%) 내린 1154.00에 마감했다. 개인이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상승 전망을 잇따라 상향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코스피 상단을 7000선 이상으로 제시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이익 전망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데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를 밑돌아 주요국 대비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순이익은 올해 258조 5천억원, 내년 288조 2천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반도체 업종의 순이익이 2년 이상 연속 증가할 경우 코스피 고점은 7870선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사모대출 시장 불안과 미·이란 갈등,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와 엔비디아 실적 발표 등 글로벌 변수는 향후 변동성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6000선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대외 환경이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