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업계의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20년 만에 다시 심의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20일 밀가루 담합 사건에 대해 심사관이 조사한 행위사실, 위법성 및 조치의견 등을 기재한 심사보고서를 7개 밀가루 제조 및 판매사업자들에게 지난 19일 송부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같은 날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심의절차가 개시됐다. 이번 사건에 대한 심의는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해 전원회의에서 진행된다.
담합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7개 사업자는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씨제이제일제당, 한탑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시장 지배력을 악용한 담합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하며, 국민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암적 존재"라며 "이런 질 나쁜 범죄를 뿌리 뽑아야 경제의 질적 도약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위해 담합 이득을 훨씬 넘어서는 무거운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며 "제재 내용도 형사처벌 같은 형식적 제재가 아니라 경제 이권 박탈이나, 경제적 부담 강화 같은 실질적 경제 제재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2006년에도 이들 7개 사업자가 포함된 8개 업체의 담합 행위에 대해 행위금지와 법위반공포, 가격재결정 시정명령을 내렸고 과징금 434억 원을 부과했다. 또 6개 법인과 법인 대표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이들 사업자들은 밀가루 가격을 약 5% 인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심사관은 민생물가 안정을 위한 담합행위 근절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현장조사 등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2024년 기준 국내 밀가루 B2B 판매시장에서 8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사업자들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6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밀가루 판매가격 및 물량배분 담합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관은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가격담합) 및 제3호(물량배분 담합)를 위반하는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하고 가격 재결정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가격 재결정명령은 위법 행위로 형성된 가격을 합리적 기준에 따라 재산정하도록 하는 시정조치로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활용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담합행위 관련 매출액이 5조 8천여억 원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향후 위원회는 법령에 따라 담합행위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최대 1조 160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이는 단일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금액의 두 배에 육박하는 큰 금액이다.
이들 사업자들은 심사보고서 수령일로부터 8주 내 서면의견 제출, 증거자료의 열람·복사 신청 등을 요청할 수 있다. 공정위는 밀가루 담합 사건이 민생물가와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해 법령에 규정된 방어권 보장 절차가 종료되는 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위원회를 개최해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공정위는 위원회 회부와는 별개로 지난달 검찰이 고발 요청한 법인 및 임직원 14명을 고발 조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유지를 책임지는 주무부처로서 시장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 존재인 담합을 비롯한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겠다"며 "특히, 민생에 피해를 주는 불공정행위에 대해선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법집행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날 심사보고서 송부 단계에서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진행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관심이 큰 사건은 처리 과정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선별적으로 브리핑을 열 방침이다.
한편 심사보고서 위원회 송부는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 및 그에 대한 조치 의견을 기재한 문서를 보내는 검찰의 기소 성격의 절차로 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구속(강제) 하진 않는다.
앞서 검찰은 이들 사업자들이 밀가루 가격 변동 여부, 변동 폭·시기 등을 합의했다고 결론짓고 6개 법인과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담합 규모는 5조 9913억 원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