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에 울었던 日 피겨, 밀라노는 독무대로 장식…'시상대 싹쓸이'까지?

2014 소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김연아. 소치(러시아)=대한체육회

한때 '피겨 여왕' 김연아의 독주에 숨을 죽였던 일본이 이제는 세계 피겨의 중심에서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1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일본의 독무대였다.

그 중심에 선 건 17세의 신성 나카이 아미다. 나카이는 이날 기술점수(TES)와 예술점수(PCS) 합계 78.71점을 기록하며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주무기인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소화한 그의 연기에서 신인의 긴장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로이터 통신은 "잃을 것이 없다는 태도가 메달 경쟁력을 높였다"며 나카이의 기술력과 강한 정신력을 높게 평가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미국의 앰버 글렌이 점프 실수로 13위까지 추락한 사이, 일본 선수들은 상위권을 휩쓸었다. 세계선수권 3연패에 빛나는 사카모토 가오리가 77.23점으로 2위, 치바 모네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4명 중 3명이 일본 선수로 채워지자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은 "여자 피겨 역사상 최초로 한 국가가 올림픽 시상대를 독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나카이 아미의 연기. 연합뉴스

반면 '김연아 키즈'로 불리는 한국 선수들의 성적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이해인(고려대)은 실수 없이 자신의 시즌 베스트를 경신하며 분전했으나 9위(70.07점)에 머물렀다. 올림픽 무대에서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메달권과의 격차는 분명했다. 첫 점프에서 실수가 나온 신지아는 14위(65.66점)로 밀려났다. 두 선수 모두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은 확보했으나 상위권 도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여 년 전 밴쿠버와 소치의 은반을 수놓았던 김연아의 우아한 몸짓에 전 세계가 매료됐고,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번번이 그 벽을 넘지 못하며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2026년 밀라노의 겨울,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한국 피겨가 잠시 주춤한 사이 일본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많은 대항마를 육성해 왔다.

밀라노의 은반 위에서 펼쳐진 일본 선수들의 독주는 한국 피겨에 뼈아픈 경종을 울린다. 이해인과 신지아가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권과의 점수 차는 한국 피겨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대변한다. 이대로라면 한국 피겨는 세계 무대의 중심에서 밀려나 변방의 추격자로 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한편, 이해인과 신지아는 오는 20일 상위 24명이 겨루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최종 순위 상승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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