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반박했다.
대법원은 18일 언론 공지를 통해 재판소원법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한 11쪽 분량의 '재판소원에 관한 Q&A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먼저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헌법상 허용된다는 주장에 대해 "헌법은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헌법해석 권한을 나눠 부여했고, 어느 기관의 재판을 다른 기관이 다시 심사하는 것을 예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87년 헌법이 헌법해석권한을 두 기관에 분립시킨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재판소원을 통해 헌법해석 권력을 집중시키면, 헌법재판소는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된다. 이는 헌법의 최종 해석권력을 분립시킨 주권자의 의사를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소원이 도입될 경우 국민들이 4심제의 희망고문과 소송지옥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대법원은 우려했다. 대법원은 "헌법 규정과 재판소원 사유가 모두 추상적이어서 많은 패소 당사자는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며 재판소원을 하려 할 것"이라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자에겐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중소기업·서민의 권리구제 비용과 시간을 가중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에서 대법원 재판에 대한 재판소원 인용률을 0%대"라며 "당사자가 변호사비용과 시간, 노력, 법적 불안정으로 인한 손해를 감수하고 재판소원을 제기해도 99%이상은 각하·기각으로 허탈하게 종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사건 처리 역량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연간 접수되는 사건 수는 약 2500건인데 평균 처리기간이 2년을 초과한다"며 "헌법재판소에 1만 건 넘는 사건이 추가 접수될 경우 몇 배의 헌법재판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헌재의 본래 기능인 위헌법률심판 등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재판소원 법안이 사법제도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제도 변경인 만큼, 충분한 공론화와 논의 없이 추진돼서는 안된다고 대법원은 강조했다.
대법원은 "재판소원 도입이 사법재도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헌법적 의미'를 가짐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헌법재판소장이 2013년 재판소원 도입에 관한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 헌법재판소는 같은 입장이었다고 하지만, 22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법률안이 국회에서 심사된 적도 없고 국민적 관심을 받지도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및 소송절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한 공론화와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13일 참고자료를 내고 대법원의 재판소원 위헌 주장에 대해 "재판이 헌법에 어긋나는 경우 내부적으로는 심급 제도를 통해, 외부적으로는 헌법재판 권한을 가진 헌재를 통해 교정하는 것이 이원적 사법 체제를 택한 헌법 취지에 부합한다"며 "헌재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한 기본권의 의미와 효력에 관한 헌법해석을 최고·최종의 헌법해석기관으로서 다시 심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