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소설 '단식 광대'는 "지난 수십 년 사이 단식 광대에 대한 관심이 부쩍 줄어들었다"고 시작합니다. 결핍과 고뇌로 증명하려는 예술가의 진정성이 외면받았던 겁니다.
요즘은 '먹방 스타'가 구경거리입니다. 수백만명의 구독자 앞에서 다 먹어 치우는 전시가 대중을 대리 만족시킵니다. 소설 속 단식 광대가 굶어 죽은 자리에 들어온 어린 표범처럼요.
뉴스도 진실을 추적하는 고통스러운 과정보다는 빠르게 씹고 삼키고 배설하는 자극적인 음식으로 변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뉴스에 입맛을 잃어버리셨나요?
먹는 것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맛과 즐거움도 있죠. 거꾸로 상한 음식은 몸을 해롭게 합니다. 먹는 행위를 세상에서 가장 귀찮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입은 말하는 기계이지만, 음식과 결합할 때 먹는 기계도 됩니다. 내 몸이 외부와 만나게 뒤섞이게 하죠. 그래서 밥 한 그릇을 먹는다는 것은 우주의 생명을 내 몸속에 모시는 일에 비유됩니다.
작가 성석제는 이렇게 말했죠. "생명이 우주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니 응당 황홀하다. 칼과 황홀 사이에 음식과 인간, 삶이 있다"고.
설 연휴입니다.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 떡국 한 그릇을 함께 하며 정을 나누셨는지 궁금합니다. 함께 식탁에 앉는 것은 삶을 공유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시인 백석은 명절날 큰집에 온 가족이 함께 모였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이렇게 그려냅니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뫃여서 방안에서는 새 옷의 내음새가 나고 / 또 인절미, 송구떡(송기떡), 콩가루 차떡(찰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끼니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쁚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게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여우난곬족'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사촌들과 함께 놀며 히드득거리다 잠들고, 아침이 되면 무이징게국(삶은 무를 꼭 짜서 남겨 놓았다가 큰 잔치 때 다시 끓이는 국) 끓이는 냄새가 잠 위로 올라오는 공동체의 충만함을 드러냅니다.
혹 혼밥을 하셨더라도 자신을 정성껏 대접하는 귀한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흑백요리사 최강록 셰프의 마지막 미션이었던 '나를 위한 음식'이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환대하는 깨두부를 곁들인 따뜻한 국물 요리였던 것처럼.
CBS노컷뉴스는 올해 '오늘 점심·오늘 저녁'이라는 주방을 마련했습니다. 공감과 위로, 재미와 유용한 소식들을 메뉴로 올립니다. 솔직하고 낭만적인 '셰프 한 줄'도 뉴스에 담고 있습니다.
정갈한 아침밥도 차려볼까 합니다. 최강록 어록을 빌리자면, "제목은, 어.. '뉴스.. 세끼'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함께'를 곁들인". 식구(食口)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