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에 콩트까지…중국 휴머노이드는 왜 무대에 설까

휴머노이드, 춘제 갈라쇼서 인간과 공연 협업
오락·홍보 등에 우선 활용…산업현장은 '아직'
미국은 위험작업 투입, 일본은 노인간병 목적

지난 16일 밤 중국 CCTV에서 방영한 춘절 갈라쇼에서 쿵후를 선보이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들. 정영철 기자

#1.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중국의 설)을 하루 앞둔 16일 밤 관심을 모은 춘절 갈라쇼. 올해도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중국인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콩트에 출연한 휴머노이드는 덤블링과 공중제비는 물론 웃거나 놀라는 동작도 큰 이질감없이 표현했다.  

소년들과 호흡을 맞춰 쿵후 시범을 보일 때는 봉과 칼을 들고 '약속 대련'을 펼쳤다. 로봇이 실수를 하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로봇들은 자신의 역할을 능숙하게 해냈다.

이번 갈라쇼에는 갤봇, 유니트리, 노에틱스, 매직랩 등 4개 로봇 기업이 참여해 치열한 기술력 경쟁의 장이 됐다. 중국 휴머노이드 대표 기업인 유니트리는 2년 연속으로 참가했다.
 
 #2. 춘절을 열흘 정도 앞둔 8일 밤 라이브 갈라 무대. 이 자리에서도 3년된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애봇(AgiBot)이 다양한 모델의 로봇 200여 대를 무대에 세웠다. 콩트에 나온 로봇들은 당황해 하거나 난처해하는 모습을 사람처럼 몸짓으로 표현해 냈다.

이날 로봇들은 한치의 오차없는 군무를 척척 해낼 뿐아니라 와이어에 매달려 고난이도의 공중 동작을 소화했다. 한 로봇은 인간과 협업을 통해 마술을 선보이며 감탄을 자아냈다.

지난 16일 밤 중국 CCTV에서 방영한 춘절 갈라쇼에서 검술을 선보이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들. 정영철 기자
 

휴머노이드 대량생산 체제 갖춘 중국


춘절 갈라쇼 등을 통해 휴머노이드가 친근해지면서 지역 축제와 기업 연말 행사에서 로봇 공연이 늘고 있다. 999위안(약 20만원)을 지불하면 원하는 장소로 배달된 휴머노이드가 춤, 노래, 쿵후 등을 보여준다. 아기봇은 로봇대여 플랫폼(Botshare)을 통해 50개 도시에서 약 1000대의 로봇을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휴머노이드의 일상 공연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중국의 압도적인 생산량에 있다.
 
시장 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의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약 1만8000대로 전년 대비 500% 이상 폭증했다. 이 가운데 중국 업체인 아기봇과 유니트리가 각각 약 5000대를 납품했다. 유니트리는 지난달에만 5500대 이상의 휴머노이드를 고객에게 인도했다. 미국의 테슬라 등 해외 업체들은 본격적인 대량 생산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설립 3년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아기봇(AgiBot)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군무를 추는 모습. SNS 캡처
 

산업현장 아닌 공연장을 택한 이유는


양적인 성장을 이룬 중국 휴머노이드가 공연·오락 쪽에 집중하는 것은 아직 다른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낮아서다. 휴머노이드가 산업 현장에서 쓰이려면 손 등을 정밀하게 움직일수 있거나 육중한 물건도 옮길 수 있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반복적인 작업에서도 실수가 없어야 한다.

공연·쇼·홍보 이벤트는 미리 정해진 동작을 되풀이하고, 사람과의 접촉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휴머노이드가 우선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분야다. 실수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산업 현장에서보다는 크지 않다.

중국의 휴머노이드도 산업 현장 진출 등을 목적으로 하겠지만, 지금은 공연을 통해 가능성과 한계를 실험하는 중이다.
 
미국은 휴머노이드를 처음부터 공장·물류센터 등에 투입하고, 위험한 작업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이에 중국에 비해 정밀 작업이나 안전성, AI와의 융합 수준 등이 앞선다는 평가다.
 
일본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봄·간병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보니 정밀 제어, 안전성, 감성 상호작용 등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기술력을 추구하다보니 미국과 일본의 휴머노이드는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상용화에서도 중국보다 늦을 수밖에 없다.
 
신기술 시장 조사기관인 IDTechEx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가격 경쟁력과 대량생산 능력으로 초기 시장 점유율을 넓힐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기술력에서 시장을 이끌 것으로 봤고, 일본은 노인 돌봄 등 특정분야에서 강점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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