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전국 휩쓴 '통합'…주민 없는 '속도전' 우려

광주·전남, 의회 의결로 '속전속결'
대전·충남, 주민투표 패싱에 반발
'2차 공공기관 유치' 전략 깔려
전주·완주 4번째 도전…완주 거센 반발
원주·횡성, 안동·예천 등 전국 확산
곳곳서 진통…'묻지마 통합' 경계 목소리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17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에서 열린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 협의체'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라남도 제공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전국에서 행정구역 통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의 명분은 인구 소멸 극복과 메가시티 조성을 통한 도시 경쟁력 확보다. 하지만,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건너뛰거나 주민투표를 생략하는 등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속전속결 광주·전남…대전·충남은 반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다. 양 시도는 최근 통합 논의에 급물살을 타며 주민투표 없이 지방의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적인 주민투표 절차를 거칠 경우 찬반 논란으로 시간이 지체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통합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셈법이다.
 
이러한 속도전의 이면에는 '실리'가 깔려 있다. 통합 지자체에 주어지는 각종 특례를 활용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의 통합 행보에는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이곳 역시 주민투표 대신 시도의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지역 사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설 '초광역 메가시티' 구축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정작 통합의 당사자인 시도민의 숙의 과정이 실종된 채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13일 오후 대전시의회에서 대전범시민연대 관계자들이 '대전·충남 졸속 통합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우리도 질 수 없다"…전주·완주 등 전국으로 번진 불길

이웃한 광주·전남의 파격적인 행보는 전북의 묵은 숙제인 '전주·완주 통합'에도 불을 지폈다. 과거 세 차례나 무산된 경험이 있는 전주·완주 통합은 최근 전국적인 흐름에 힘입어 네 번째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여전히 완주군의 반대 정서가 만만치 않지만, "이대로는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과 인근 지자체의 광폭 행보가 맞물려 통합론에 힘을 싣고 있다.
 
통합 열풍은 충청과 강원, 경북 등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와 횡성군에서는 "전주와 완주도 통합을 추진한다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시군 통합을 이슈화하고 나섰다. 역시나 횡성군은 반발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과 예산군은 내포신도시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통합을 통해 시(市) 승격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주도권을 쥐기 위한 양 지자체의 셈법이 달라 '동상이몽'의 갈등 불씨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 구글 지도 캡처
 

"흡수 통합 절대 불가"…이권 다툼·갈등 '뇌관' 건드려

통합 논의가 구체화될수록 지역 간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경북 안동시와 예천군의 경우, 예천군 주민들이 흡수 통합을 우려하며 거센 반발에 나섰다. 주민들은 "대도시의 변방으로 전락할 수 없다"며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전남 서남권인 목포·무안·신안 지역은 셈법이 더 복잡하다. 장차 출범할 '전남광주특별시' 혹은 서남권 통합시의 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 벌써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통합이라는 대의보다는 청사 유치에 따른 지역 이권 챙기기가 우선시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과 내기에 급급한 무리한 통합 추진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충분한 숙의 과정 없는 '묻지마 통합'은 자칫 지역 사회의 갈등만 부추기고 막대한 행정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행정 통합은 단순히 지도를 합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삶과 정서를 하나로 묶는 고도의 정치적·행정적 과정"이라며 "진정한 지역 균형 발전과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한 백년지계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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