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을 기점으로 주택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3기 신도시와 신규 택지 조성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준공 30년을 넘긴 1기 신도시 재정비는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급 확대 정책과 기존 도심 정비 사이에 속도 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도지구 15곳 중 8곳만 지정…출발선에서 갈린 속도
18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2025년 11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15곳을 선정하며 본격적인 재정비에 착수했다. 당시 2025년 말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선도지구 15곳 가운데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8개 구역으로, 절반을 조금 넘긴 수준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정부 선도지구 선정 △지자체의 특별정비구역 지정·고시 △조합 설립 △사업시행계획 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주·철거 △착공 순으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특별정비구역 지정은 사실상 사업의 출발점이다. 국토교통부가 방향을 제시하더라도 실제 지정·고시는 각 지자체장이 맡는 구조여서 행정 판단과 준비 정도가 사업 속도를 좌우한다.
분당·산본·평촌은 고시…일산·중동은 아직
1기 신도시 가운데 재정비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분당이다. 양지마을·샛별마을·시범우성·목련마을 빌라 단지 등 선도지구 전체가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됐다. 양지마을은 선도지구 가운데 처음으로 재건축 사무소를 열었고,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등이 참석하며 수주 경쟁이 본격화됐다.
산본 역시 자이백합·삼성장미·산본주공11과 한양백두·동성백두·극동백두 등 2개 구역이 LH를 예비사업시행자로 지정한 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평촌도 꿈마을 2개 구역이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며 절차에 들어섰다.
반면 일산과 중동은 아직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없다. 일산의 연립주택 단지 정발마을은 주민대표단 구성 단계에 머물러 있고, 중동 은하마을은 소유주 동의 확보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반달마을은 LH를 예비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동의 절차만 마친 상태다.
재건축이 더딘 지역에서는 불만도 나온다. 중동 주민 김모(43·여)씨는 "3기 신도시는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오는데 1기 신도시는 아직 논의 단계"라며 "사업이 계속 지연되면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천시 관계자는 "올해 정비구역 지정 가능 물량이 비교적 적은 분당이나 산본은 전년도 물량이 이월되지 않아 서두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동신도시는 올해 2만2천 가구를 신규 지정할 수 있어 일정상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둘러 지정하기보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정이 곧 착공은 아니다"…2027년 목표 현실성은
정부 목표대로라면 2027년에는 착공이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일정이 계획처럼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1기 신도시 재정비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공급 정책에 도움이 되겠지만, 특별정비구역 지정이 곧 사업 추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건축은 결국 사업성이 뒷받침돼야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조합원 동의도 쉽지 않아 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멈출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변수와 함께 정책 구조 역시 속도 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는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구조"라며 "사업성이 높은 특정 지역만 선별적으로 속도를 내는 방식은 형평성 문제로 정책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