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자연휴양림 예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예약 대란의 배경에 지자체 조례안에 담긴 '지역 주민 우선예약' 제도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공 관광자원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우선예약 제도에 관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며, '지역민 복지'와 '전 국민의 이용' 간 갈등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자체 주민 먼저"…휴양림 두고 형평성 논란
자연휴양림 예약 시스템인 '숲나들e'를 통해 숙소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18일 기준 전북 지역 공립 자연휴양림의 2월·3월 주말 예약은 이미 만석이다. 다른 지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충남 공주 산림휴양림의 경우 내달 7일 예약 대기자가 3번까지 있다. 다른 숙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연휴양림을 이용하기 위해 수요가 몰리는 탓이다.
이 같은 휴양림 예약 대란의 배경으로 '우선 예약'이 거론된다. 오는 3월 개장 예정인 전북 정읍시 내장산자연휴양림 운영 및 관리 조례에 따르면 주민등록상 정읍시에 주소를 두고 있는 정읍시민과 고향사랑 기부제를 통해 답례품으로 제공받은 자는 우선 예약이 가능하다.
우선예약 접수 기간 종료 후 미신청된 시설 또는 신청 취소된 시설 그리고 우선 예약에 적용되지 않는 일부 호실만 일반인이 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예약제는 특정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경기 가평군 강씨봉자연휴양림은 경기도민에 한 해 30% 우선 예약 혜택을 주고 있는 등 거의 대부분의 지자체 공립 자연휴양림에서 우선 예약제가 운영되고 있다.
전북 완주 고산 자연휴양림의 경우 가족 이용객이 많은 것으로 예상되는 '숲속의집(4인 기준)'에 3월 우선 예약을 실시하고 있다. 5동 가운데, 3동에 대해 우선 예약이 가능해 일반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객실 수는 2동뿐이다.
이처럼 공립 자연휴양림은 관광 활성화 목적으로 설립된 시설이지만 지역민 우선 예약으로 외부 이용자의 예약 기회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지역민 휴양 복지" vs "공정한 기회 제공 해야"
지난 2025년 기준 전국 자연휴양림 분포를 살펴보면 공립 자연휴양림 129개, 국립 자연휴양림 46개, 사립 자연휴양림 24개로 공립이 가장 많다.공립 자연휴양림은 지자체가 소유·운영하지만, 조성 재원은 지자체 예산에 국비·도비가 매칭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지자체는 자연휴양림 우선예약 제도가 주민 복지 차원의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휴양림 조성과 운영에 지방비가 투입되는 만큼 세금을 부담하는 지역 주민에게 일정 부분 우선 이용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정읍시 관계자는 "타 시도에서도 우선 예약에 대한 제도를 두고 있어 조례안에 (우리 역시)담았다"며 "지역민 복지 차원에서 일부 호실에 대해 우선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지만, 우선 예약할 수 있는 객실 수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정읍시의 경우 내장산 자연휴양림을 조성할 당시 총사업비 약 183억 원 중 국비 약 82억 원이 포함됐다. 국비 역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비가 포함된 공공시설인 만큼, 자연휴양림이 특정 지역민에게 과도하게 유리하게 설계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무주산 덕유산자연휴양림 이용자는 "일반인은 예약 자체를 시도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성수기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비성수기에 딱 한 번 이용해 봤다. 공공의 휴양시설임에도 특정 지역민에게만 사실상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형평에 맞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자연휴양림이 '지역 복지시설'과 '전국 단위 공공관광 자원'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지닌 만큼, 어느 한쪽에 치우친 운영은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종원 우석대 관광학과 교수는 "지자체 입장에서 보더라도 우선 예약은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우선 예약이 아닌, 내·외부인 차등요금제를 적용하는 것이 관광 기회를 넓히고 지역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주민 복지 확대라는 정책 취지와 전 국민의 공정한 이용 기회 보장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 자연휴양림 예약 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