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인 대구 지역 선거판이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요동치고 있다.
보수 진영의 현역 중진 의원들이 대거 선거판에 뛰어들어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한 데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따른 통합단체장 선거 가능성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현역 의원 5명 등 출사표…달아오르는 대구시장 선거
이번 지방선거 대구광역시장 선거에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이들은 현재까지 9명으로 이 중 5명이 현역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다.국민의힘 주호영, 추경호, 윤재옥 등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초선인 유영하, 최은석 의원까지 선거판에 가세했다.
6선 의원으로 국민의힘 최다선 중진 의원으로 꼽히는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국회부의장은 다년 간 의원과 국회부의장을 거치며 쌓은 모든 경험을 대구를 위해 쓰겠다며 출마 포부를 밝혔다.
과거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끌던 중심 도시였던 대구가 산업 정체와 청년 유출 문제에 직면한 현실을 지적하며 인공지능 전환을 통한 재산업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4선을 지낸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구을)도 대구시장 출마에 합류했다.
자신을 실속과 협상력, 책임감을 갖춘 대구시장 적임자로 강조하며 야전사령관이 돼 침체된 대구 경제를 반드시 재건하겠다고 공언했다.
3선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은 현역 의원 중 가장 먼저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첫 신호탄을 쐈다.
추 의원은 "정치가 아닌 일을 하기 위해 대구시장에 출마한다"며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경제를 알고 경제 현안을 풀 줄 아는 경제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5년간 경제관료로 지내면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경력을 내세우며 경제 정책통으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추 의원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여서 '사법 리스크'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CEO 출신의 초선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군갑) 의원도 대구시장 선거 주자로 뛰어들었다.
그는 "틀에 박힌 정치나 행정의 리더십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하며 '경영 DNA'를 대구 시정에 과감히 접목하겠다면서 타 후보와의 차별성을 내세웠다.
그는 대구 대전환 전략인 '803 대구 마스트 플랜'을 통해 대구의 산업 구조와 기업 경쟁력을 완전히 혁신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유영하(대구 달서구갑) 의원은 대구시장 재도전에 나섰다.
지난 2022년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다시 출마한 유 의원은 "국회에서 바라본 대구의 위기는 생각보다 깊고 엄중했다"며 "법안 하나, 예산 한 푼으로는 대구 경제를 일으킬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껴 대구의 생존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는 대구가 삼성의 모태라는 상징성을 살려 삼성 반도체 공장 대구 유치, 삼성병원 분원 대구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재만 전 동구청장도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홍 전 의원은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 현역 의원 5명이 뛰어든 것을 두고 "당과 대구를 위해선 대단히 이례적이고 불행한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현 정부와 각을 세워온 이 전 위원장은 가장 뒤늦게 출마 선언식을 열고 대구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대구시장에 3번째 출마하는 이 전 청장은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고 '세일즈 시장'으로서 대구의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편 여당에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아직 없는 상태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추대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김 전 총리의 출마를 촉구한 홍의락 전 의원은 시장 출마를 접었다.
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강민구 전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개혁신당에선 이수찬 대구시당위원장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통합단체장 선거 되어도 "끝까지 간다"
행안위 문턱을 넘은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이 이달 국회 통과 초읽기에 들어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가시화됐다.이에 따라 오는 6월 실시되는 제9회 지방선거는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를 아울러 선출하는 대구경북 통합단체장 선거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보수 현역 의원들이 대거 몰린 대구시장 선거가 통합단체장 변수로 격랑을 맞이하면서 각 당과 출마자들의 선거 전략이 복잡다단해질 전망이다.
현재 대구시장 출마를 밝힌 후보들 대부분은 향후 통합단체장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일부 현역 의원들은 이미 통합단체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대구가 아닌 경북 지역에서도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현역 의원은 특별법 통과에 따라 선거법이나 당의 경선 방침 등이 정해진 후에 본격적인 출마 활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호영 부의장 관계자는 "당연히 통합단체장 선거도 염두에 두고 함께 준비 중이었다"며 "명절 이후 당내 경선 공고가 뜨면 경북 지역 가운데 포항과 구미 중 선거 캠프를 설치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윤재옥 의원은 "통합 여부와 관계없이 출마를 선언했으니 어떤 상황에서든 바뀐 게 없다. 처음부터 유불리에 상관없이 통합을 찬성했기 때문에 출마에 다른 변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은석 의원 측 관계자는 "통합단체장 선거로 치러져도 중도 사퇴 없이 끝까지 갈 것"이라며 "지역 통합이라는 변수가 갑자기 돌발적으로 생긴 만큼 대구와 경북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에 대한 내용도 한 번 더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선거 구도 변화 유불리 모두에게 공통…지역주의 선거 우려도
통합단체장 선거에 따른 선거구 변화가 초래할 당선 유불리는 모든 출마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유영하 의원은 통합단체장 출마 입장에 대해 "닥치면 똑같은 조건이다. 통합이 되면 경북도에서 뛰는 사람은 대구시에서 이점이 없고 대구시에서 뛰는 사람은 경북에 이점이 없기 때문에 비교할 문제는 아니"라며 "선거는 도민과 시민 선택의 문제지 출마자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시절 당시 지방의원들과 계속 소통하고 있고 지역마다 거점이 형성돼 있어 통합단체장으로 바뀌어도 그대로 선거에 출마한다"며 "통합단체장 선거에서 얼마나 준비가 잘 돼있느냐가 승부를 결정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통합단체장 선거가 지역주의로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구와 경북에서 각 지역 출신 후보를 선호하는 식으로 지역에 방점을 두는 투표가 된다면 자칫 지역주의 일색의 선거로 변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