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없는 두 번째 설…여객기 참사 유가족들 "이번엔 끝까지 밝혀지길"

특별수사단 출범·사고조사위 총리실로…"분위기 달라져"
"명절에도 멈출 수 없다"…끝까지 책임 규명 요구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영정을 들고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내가 죽어 다시 자식들을 만났을 때 부끄러운 모습이 아니길 바랍니다"
 
올해 일흔다섯이 된 유족 여흥구 씨는 이번 설에도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한다. 그는 이번 사고로 딸과 사위, 그리고 어린 손녀와 손자를 한꺼번에 떠나보냈다.

"자식이 죽었으니 집에서 제사를 지내기는 좀 그렇지요." 무덤덤하게 꺼낸 그의 말에는 상처나고 다시 아물기를 반복하며 버텨온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설을 앞둔 무안국제공항에는 조용한 합동 차례 준비가 이어지고 있다. 벌써 두 번째 설을 맞이했다. 유가족들은 오는 17일 오전 10시 공항 1층 분향소에서 합동 차례상을 차린다.
 
한 유가족은 "사고 직후 맞이했던 첫 설은 정신없이 지나갔다"며 "이번 설은 비로소 시간이 흘렀다는 게 실감이 나면서 동시에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났다…미흡 수사 논란 속 달라진 분위기

유가족 정희문 씨는 그동안의 수사 과정에 대한 답답함을 먼저 꺼냈다. 그는 "초기 수습 과정에서 사고 경위를 밝혀낼 주요 잔해와 유류품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많았다"며 "경찰이 충분히 밝혀낼 수 있는 부분까지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둔덕과 로컬라이저 등 공항 시설과 관련한 조사에 대해서는 "시공과 관리 과정에서 책임이 누구에게 있었는지는 수사기관이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필요한 사람은 입건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1년 동안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무안국제공항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기 잔해를 꺼내 다시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최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보고서 채택과 조사 체계 개편 논의 이후 유가족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여 씨는 "새롭게 경찰 특별수사단도 꾸려지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도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겨간다고 하니 이제 시작일 것 같다"며 "그래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정 씨 역시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며 "이제는 뭔가 더 제대로 밝혀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이다"…설 차례상 앞에서의 바람

앞서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사고 여객기 잔해에 대한 재확인 작업도 진행됐다. 유류품이나 시신 일부가 남아 있는지 정밀하게 살피는 절차다.
 
유가족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지금이라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경계도 남아 있다. 항철위의 총리실 산하 이관은 아직 추진 단계에 머물러 있고, 수사 역시 완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유가족 박인욱 씨는 "새로 꾸려진 경찰 특별수사단의 수사 의지를 확인한 만큼 기대를 품고 있다"며 "형식적인 변화가 아닌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또 한 번의 설이 돌아왔다. 유가족들이 차례상 앞에서 바라는 것은 여전히 단 하나다. 참사의 원인이 온전히 밝혀지고,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것. 그 간절한 바람은 올해 설에도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지난해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모식이 엄수되고 있는 가운데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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