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성북구의 정릉골은 재개발을 앞두고 있지만 세입자들은 제대로 된 이주대책을 약속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CBS는 설 명절을 맞아 불안 속에 명절을 보내야 하는 세입자들을 찾아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재개발을 앞둔 북한산 자락의 가파른 달동네, 정릉골.
곳곳에 '철거 예정' 현수막과 경고문이 내걸렸지만 이곳엔 여전히 서른 여 가구의 세입자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생을 살아온 터전에서 내쫓기듯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김명자 / 정릉골 주민]
"땅을 못 사서 지금 이러고 있는데, 갈 데도 없어요. 땅도 없어요. 아무것도. (여기서 계속) 살고 싶지. 어디 나가고 싶지 않아. 어디 가서 이런 데서 못 산다, 하나님한테 맨날 기도하면서…"
이런 가운데, CBS 임직원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정릉골 세입자들을 찾았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채 명절을 맞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섭니다.
[김종생 사목 / CBS]
"이번 설이 아마 가장 우울한 설이 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서 우리 CBS가 이번 설에 함께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 왔는데…"
CBS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헌금으로 마련한 선물 상자엔 즉석밥과 통조림, 한과와 과일 세트 등 풍성한 먹거리가 담겼습니다.
손 글씨로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 연대의 편지도 함께 전했습니다.
[나이영 사장 / CBS]
"저희들의 시선은 있는 사람들, 기득권층보다는 사회적 약자나 어려운 사람들 쪽에 시선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본의 논리나 개발의 논리로 가면서 소외된 분들에게 (힘이 되고자 합니다.)"
[정릉골 주민]
"어려울 때 손 한 번 잡아주는 것도 큰 도움이 돼요."
[김동민 국장 / CBS TV제작국]
"어머니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저희도 많이 기도할게요."
이번 방문에는 옥바라지선교센터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와사회위원회도 함께했습니다.
이들은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마다 정릉골을 찾아 세입자들과 연대 예배를 드리며 쫓겨날 위기에 놓인 이웃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주거권 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은 세입자대책위원회를 꾸려 공공임대주택 마련 등 현실적인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서울시와 성북구청, 조합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우권 위원장 / 정릉골 세입자대책위원회]
"(이사 지원비를 받아도) 이사를 가게 되면 폐기물 처리까지 다 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폐기물 값도 안 나오게 이사를 가야 됩니다. 전세금이 평균 1500만 원 밖에 안 되는데, 그 돈 가지고 서울 시내에 갈 데가 전혀 없습니다."
세입자들은 "투기를 위한 개발이 아니라 마을을 살리고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재개발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며 "결국 관점과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우권 위원장 / 정릉골 세입자대책위원회]
"(전원 임대주택에 들어간) 선례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거든요. 서울시나 구청이 의지만 있다면. 인명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되지만, 지금도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사망하는 분들도 계시고 그러잖아요. 조합이 잘 대화를 해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설 명절, 정릉골에서의 작은 나눔은 재개발 그늘에 선 이웃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한 연대를 다짐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최내호] [영상편집 ] [사진제공 옥바라지선교센터 박김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