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아이의 울음소리로 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구속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모텔에 혼자 투숙하도록 요구해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수법이 등장했다.
금융당국은 즉시 전화를 끊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설 명절 택배회사나 정부, 금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피해 예방을 위한 기본 행동수칙을 17일 공개했다.
"엄마" AI로 조작…소액 요구가 특징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미성년 자녀의 이름과 학교, 학원 등을 언급하며 자녀를 납치한 것처럼 속이는 수법을 사용한다.
"엄마, 아저씨가 때렸어."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를 AI로 조작해 들려주며 부모의 상황 판단 능력을 흐리게 만든다. 그러면서 자녀가 욕을 했다고 말하거나 휴대전화 액정을 망가뜨렸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며 수리비 등을 달라고 요구한다.
특히 일반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와 다르게 50만원 등 소액을 요구한다. 예금이나 적금을 해지하거나 대출받지 않고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범죄 시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구속수사' 협박…혼자 모텔 입실 유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검찰이나 금감원을 사칭하며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피해자에게 겁을 준다. 또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 구속수사를 하지 않을테니 금감원 출석을 위한 출입증이 발급될 때까지 혼자 모텔에 투숙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피해자를 가족이나 지인 등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한 수법이다.
저금리 대환 대출로 유혹해 계좌 입금 요구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금융회사라며 피해자에게 전화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준다고 접근한다. 그러면서 기존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며 계좌번호를 알려준다.
계좌는 금융회사 명의가 아닌 대포통장이다. 사기범은 "금융법 위반이 될 수 있어서 거래기록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은행 계좌가 아닌 은행 담당 법무사의 공증계좌"라며 안심시킨다.
하지만 금융회사는 대출금 상환 때 반드시 자기 회사 명의의 공식 계좌를 이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공식앱이나 고객센터를 통해 대출 절차의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
법원 등기 반송 전화도 보이스피싱…인터넷으로 영장 못 봐
최근에는 법원 등기가 반송됐다며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수법도 기승을 부린다. 사기범은 법원을 사칭하며 악성앱을 설치하는 인터넷주소(URL)나 가짜 공문서 등을 보낸다.
또는 '대검찰.kr' 등 가짜 인터넷주소에 접속하도록 유도하고 등기로 발송하려고 하는 영장이라며 겁을 주기도 한다.
이 같은 경우 즉시 전화를 끊고 법원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법원 등기 우편물은 우체국을 통해서 배송되고, 인터넷으로 영장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금융당국은 전했다.
은행앱이나 △SK텔레콤 '에이닷' △KT '후후' △LG유플러스 '익시오' 등 통신사의 통화앱은 악성앱을 탐지해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 이에 따라 사기범은 은행앱과 통화앱을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
악성앱을 설치하려는 수법에 응해서는 안 되고, 혹시라도 이미 악성앱을 설치했다면 '비행기 모드'로 전환한 뒤 서비스센터에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해야 한다.
명의도용 금융거래 막는 '안심차단서비스' 가입
금융당국은 자기도 모르게 명의도용 금융거래가 발생하는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여신거래 및 비대면 계좌개설, 오픈뱅킹 등을 차단하는 '안심차단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안심차단서비스는 현재 이용 중인 금융회사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금융결제원 '어카운트인포' 앱 또는 은행 모바일뱅킹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또 이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피해자가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압박하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전화는 전화를 끊고 주변 사람이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