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고 휩쓸리고…쇼트트랙 강국들 울린 밀라노의 '무른 얼음'

넘어지며 펜스에 부딪히는 김길리. 연합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메달 사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현지 경기장의 '무른 빙질'이다.

지난 10일(한국시간) 대표팀의 첫 경기가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의 빙질에 대해 선수들은 우려를 쏟아냈다. 얼음이 무르고 미끄러짐이 심해 넘어질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 임종언 선수는 12일 공식 훈련을 마친 뒤 "경기 당일 얼음 상태가 훈련 때보다 좋지 않았다"며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불만은 비단 한국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캐나다의 윌리엄 단지누는 열악한 "얼음 상태에 적응하는 것이 매우 까다로웠다"고 밝혔으며, 네덜란드의 옌스 판트 바우트 역시 빙질 문제로 인한 경기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안한 빙질은 실제 경기 결과로 이어졌다. 쇼트트랙 첫날 경기에서 유독 많은 선수가 빙판에 넘어졌다. 특히 혼성 2,000m 준결승에서는 미국의 커린 스토더드 선수가 넘어지며 뒤따르던 김길리 선수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여파로 한국 대표팀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커린 스토더드는 여자 500m 예선에서도 넘어지는 등 대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우승 후보였던 네덜란드도 빙질의 희생양이 됐다.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4차 대회 챔피언인 네덜란드는 혼성 2,000m 준결승에서 산드라 펠제부르 선수가 미끄러지며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무른 빙질은 홈팀 이탈리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혼성 2,000m 계주에서 강호 캐나다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시겔은 "빙질이 까다로운 건 사실"이라면도 "우리는 이미 완벽히 적응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빙질 논란의 원인으로는 쇼트트랙과 피겨 스케이팅이 같은 경기장에서 열리는 일정이 꼽힌다. 두 종목이 하루 사이로 번갈아 열리면서 얼음의 두께와 강도를 세밀하게 조절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다. 과거 2018 평창 대회 당시 강릉아이스아레나가 시간대별 정밀 체크를 통해 최상의 빙질을 유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장의 목소리와 달리 대회 조직위원회는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루카 카사사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빙질 문제를 제기한 선수는 소수에 불과하며, 아이스 메이커가 실시간으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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