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23년 vs 이상민 7년, 형량 3배 차이 난 이유는

계엄선포 가능케 한 韓, 선포 후 가담한 李?
행안부장관의 부작위 책임·범행 중대성 판단 안보여
이상민 7년, 조지호 등 내란가담자 하한선 되나
"일반인도 계엄 위법성 인식" 박성재 사건서 '주목'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용산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마지막까지 남아 계엄 사무를 상의했던 두 사람이 사뭇 다른 1심 결과를 받아들었다. 특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각각 징역 15년 동일한 구형을 했지만, 실제 선고형은 징역 23년과 징역 7년으로 3배 이상 벌어졌다.
   
앞서 한 전 총리 사건 재판부가 '국무총리의 부작위 책임'까지 무겁게 본 것에 비해 이 전 장관 재판부는 치안·소방을 담당하는 행안부 장관의 책임 범위를 다소 제한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 전 장관의 선고 결과가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내란행위에 가담한 피고인들의 선고형량에 '하한선'이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계엄선포 가능케 한 韓, 이상민은 선포 후 가담?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와 위증 혐의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공소사실 중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특검 구형량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결과다.
   
다만 법조계에선 직권남용 무죄 자체가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가 이 전 장관의 행위를 이미 내란죄가 성립(기수)한 후의 가담행위로 한정해 판단한 점이 애초 구형량이 같았던 한 전 총리와 선고형 차이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특히 류경진 재판부는 '윤석열·김용현 등'을 내란집단이라고 칭하면서 이 전 장관을 핵심 내란집단과 구별했다. 이미 이들의 국회 출입 제한과 병력·경력 투입으로 내란행위 구성요건은 완전히 충족됐고, 이 전 장관은 내란 착수 직전에 관련 임무를 받고 내란 개시 이후에 언론사 단전·단수에 관한 지시를 하달해 가담했다는 것이다.
   
반면 한 전 총리 1심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게끔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라는 요식행위를 제공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사실상 내란의 개시에 기여한 것이어서 그 이후 가담행위보다 가벌성이 높게 평가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이진관 재판부는 "피고인(한덕수)은 송미령(12·3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에 도착한 국무위원)을 재촉하면서도 소집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송미령이 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계획이 사전에 알려지거나 송미령이 대통령실로 오지 않아 의사정족수가 갖춰지지 않음으로써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종민 기자

국무총리 헌법적 책무 강조 vs 행안부 장관 책임은?

   
특히 이진관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 대해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로서의 '부작위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부의장이자 국무총리로서 부담하는 작위의무를 이행했다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 내란행위를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이에 한 전 총리의 부작위로 인한 법익침해를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내란중요임무종사 범죄의 실행행위로 인정했다.
   
그러나 류경진 재판부는 전날 이 전 장관 선고에서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특별히 부각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피고인(이상민)은 정부 고위 공직자로서, 그리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해야 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수호·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함에도 내란 행위에 가담해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만 했다.
   
앞서 내란특검은 이 전 장관에 대해서도 공소제기·유지 과정에서 행안부 장관의 지위에 따르는 책임을 강조했는데, 한 전 총리 판결과 비교하면 매우 건조한 판결이 나온 셈이다.
   
특검은 이 전 장관에 대한 구형의견에서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과 소방청을 지휘감독해 국민의 생명, 신체, 안전을 책임지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이 위급한 재난 상황에서 의지해온 소방공무원들에게조차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단전·단수를 지시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전 장관 공소장에는 행안부 장관이 국방부 장관과 함께 계엄 선포를 건의할 권한 있는 유이한 보직이자, 국무회의 서무 책임자로서 전체 국무위원의 소집과 합법적 회의 운영 등을 주장해 위법한 계엄을 막을 수 있었던 점도 담겨 있다. 한 전 총리 판결에서처럼 이 전 장관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계엄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책임이 크다"는 질타를 할 수 있었던 대목이지만, 전날 선고에 그러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란중요임무로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라며 "그 외에 단독·반복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거나 그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보고를 받는 등 적극적으로 내란 임무를 수행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사실상 이 전 장관의 행위를 축소 평가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박종민 기자
 

'이상민 징역 7년' 내란 가담 선고형 하한선 되나


다만 재판부가 이 전 장관의 내란 가담행위를 다소 제한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징역 7년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12·3 내란 가담자들의 '형량 하한선'이 제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조치 실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지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결과적으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도 양형에서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에 비하면 오는 19일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선고를 앞둔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의 경우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순차로 경력을 국회에 투입한 책임이 있고, 실제 상당시간 국회가 봉쇄되는 결과도 발생했다.
   
또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과 그 후속 행위에 대해 "평균적 법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으로서도 위헌·위법적인 요소가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 점도 다른 내란 재판에서 유의미한 대목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법원은 특검이 청구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구속영장을 심사한 후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그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등에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의 조지호 전 경찰청장 파면 결정은 물론 이번 이 전 장관 선고에서도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은 일반인도 인식 가능했다'는 판단이 연속으로 나온 셈이다.
   
박 전 장관의 재판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이진관 재판부가 맡아 지난 9일 첫 공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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