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2·3, 위로부터의 내란"…89건 징계·110건 수사의뢰

TF "위헌 지시 구조적으로 차단 못해"
군·경 3600명 동원…계엄 유지·정당화 시도 확인
내란 점검 원칙적 종결…군은 전담 수사본부 설치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2·3 내란 사태에 연루된 공직자들을 조사한 결과, 고위공직자를 중심으로 89건은 징계 요구하고 110건은 수사의뢰했다. 또 82건에 대해서는 주의·경고 조치를 했다.

국무조정실은 12일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12·3 내란 사태 관련 점검 결과와 후속 조치 방향을 밝혔다. 앞서 TF는 지난해 11월 24일 49개 중앙행정기관에 설치돼 올해 1월 16일까지 활동했다. 실제 조사는 20개 기관에서 이뤄졌으며, 조사 과제가 없는 기관은 지난해 연말 활동을 종료했다.

정부는 TF 조사 결과, 12·3 내란사태가 정부 기능 전반을 입체적으로 동원하려는 실행 계획을 갖춘 '위로부터의 내란'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총괄TF 단장을 맡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권력의 정점에서 시작된 판단과 지시가 무력을 보유한 군과 경찰뿐만 아니라 관련 기능을 보유한 여러 기관으로 전달되어 헌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이 실재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불법 계엄 선포 직후 각 중앙행정기관에 기관 고유 기능과 관련된 지시가 일제히 내려졌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의결된 12월 4일 새벽 1시 이후에도 계엄 유지를 시도했으며 △해제 이후에도 계엄 정당화를 위한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헌법과 법률 수호라는 관점에서 행정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TF는 불법 계엄 진행 과정에서 각 중앙행정기관으로 전달된 위헌·위법 지시를 구조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공직자들의 저항이나 과잉 협조 사례도 있었지만, 의사결정권을 가진 고위공직자들의 대응은 '위헌·위법 지시의 우선 이행' 또는 '관망'에 그쳤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불법 계엄 선포 직후 군과 경찰을 중심으로 이중 통제 구조가 형성된 사실도 확인됐다. 군 1600여 명과 경찰 2천여 명은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을 차단·통제하고 주요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내란에 협조했다. 또 수사, 출입국 통제, 구금, 시설 관리, 방송·홍보, 외교 등 각 기관의 기능이 계엄 성공을 위해 실제 작동했거나 지시 이행을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예컨대 법무부 출입국 담당 부서에는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쯤 출근 및 대기 지시가 내려졌고, 교정행정 부서에는 구금시설 여유 수용 능력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전달됐다. 해양경찰청에서는 권한이 없는 공무원이 계엄사령부 인력 지원, 총기 불출, 유치장 개방 등을 자발적으로 제안하는 과잉 협조 사례도 있었다.

총리실 비상계획 담당자들이 권한을 넘어 전 행정기관 청사 출입을 차단하도록 조치한 사례도 확인됐다. 국가안보실은 계엄 직후 대통령의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주요 국가에 발송하도록 외교부에 강압적으로 지시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 지시가 소방청 내부에서 적절히 걸러지지 않고 전달된 사례도 있었다.

모든 공무원이 불법 지시에 따랐던 것은 아니다. 한 경찰 공무원은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 58분 경찰청장에게 불법계엄 포고령에 따르지 말고 국회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는 글을 경찰 내부망에 게시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은 위헌적 국회 차단 조치 해제를 건의했고, 경찰청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여 오후 11시쯤부터 약 30분간 차단을 일시 해제했다.

국가안보실의 지시를 받은 외교부 공무원들 가운데 일부는 이를 제한적으로 이행하거나 지연·거부한 사례도 확인됐다.

TF 관계자는 "군을 비롯한 각 부처에는 법률 검토 부서가 있음에도 해당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거나, 일부 기관은 오히려 내란 정당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며 "시스템 전반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TF 참여 공무원과 자문위원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각 기관장은 인사·징계권 등 지휘·감독 권한에 따라 관련 법령과 절차를 준수해 후속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발표를 끝으로, 수사의뢰가 진행 중인 사안을 제외하고는 감사·감찰 차원의 내란 관련 일제 점검을 원칙적으로 종결한다고 밝혔다.

다만 군의 경우 내란 관여도가 높고 조사 범위가 넓은 점을 고려해 TF 활동 종료 이후에도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외환 사건까지 수사할 수 있는 내란 전담 수사본부를 새롭게 설치해 수사 중심의 종합적 후속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헌정질서가 위협받는 어떤 상황에서도 위헌·위법 판단과 지시가 국가 운영 과정에서 이행·방조되지 않도록 제도와 행정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보완하겠다"며 "다시는 국민이 위험을 감수하며 헌정질서 수호에 나서야 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먼저 헌법에 따라 판단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책임 있는 행정 시스템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직자가 따라야 할 최종 기준은 상급자의 지시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국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정착시키겠다"며 "이를 위해 법령·제도·교육훈련 등 행정 체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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