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두환 회고록' 5·18 왜곡 표현 삭제·손해배상 확정

1·2심 판결 유지…"5·18 역사 왜곡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소송 제기 약 9년 만에 7천만원 배상 책임 확정
"북한군 개입", "헬기사격 부인" 등은 명백한 허위사실
5·18단체도 명예의 주체임을 명확히 확인
유족의 권리 범위에 대한 중요한 법리 제시 출판자의 공동책임 인정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가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왼쪽)와 김정호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12일 '전두환 회고록 1권'에 담긴 5·18민주화운동 관련 일부 표현이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고, 5·18 관련 단체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한 명예훼손이라고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피고들의 상고는 기각되었고, 1·2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대법원은 회고록에 포함된 △"5·18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 △"계엄군의 헬기사격은 없었다"는 주장 등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며, 객관적 자료와 기존 확정판결 등에 비춰 허위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모욕적·경멸적 인신공격으로서 별도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확정판결에 따라 전두환의 배우자 이순자와 아들 전재국 씨는 5·18기념재단과 5·18 공법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에게 각각 1500만원, 조 신부에게 1천만원 등 총 7천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아울러 문제된 표현을 삭제하지 않는 한 해당 회고록의 출판·배포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5·18 왜곡이 단순한 견해 표명의 범주를 넘어 법적 책임을 수반하는 불법행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법인 역시 사회적 명성과 신용을 보호받는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으며, 출판자가 저자와 함께 출판 여부를 결정하고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지위에 있다면 허위사실 적시에 대해 공동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또한 사망자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나 모욕적 표현이 있는 경우, 손해배상 및 출판금지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족의 범위가 「언론중재법」상 배우자·직계존비속 등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하여,  유족 권리 보호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제시했다.

전두환 회고록 관련 민·형사 재판 피해자측 법률대리인 김정호 변호사(민변 광주전남지부 5·18특위위원장)는  "2017년 회고록 출간 이후 9년 만에 내려진 이번 판결은 지연된 정의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결국 진실이 확인된 사필귀정의 판단"이라며 "5·18 진상규명은 이념이나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상식,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북한군 개입설 등 근거 없는 왜곡과 폄훼가 우리 사회에서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5·18 왜곡이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며 "향후 유사한 역사 왜곡 사건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 사실이 왜곡 없이 다음 세대에 정확히 전달되기를 바란다"며 "5·18은 특정 지역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판결이 반복되어 온 역사 왜곡을 멈추는 분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5·18기념재단은 19일 오후 2시, 재단 오월기억저장소 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고 전두환·지만원 관련 대법원 판결의 법적 의미를 종합적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및 고소·고발 현황과 함께 2026년 역사 왜곡 대응을 위한 법률적 추진 방향도 공유한다.

발표는 김정호 변호사(민변 광주전남지부 5·18특위위원장)와 최기영 변호사(민변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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