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0여 개국에 판권이 수출된 '공방의 계절'로 주목받은 연소민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노 웨딩'을 펴냈다. '결혼은 하지만 결혼식은 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내린 20대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이라는 제도가 개인의 사랑과 가족 관계를 어떻게 흔들어놓는지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 윤아는 연인 해인과 오랜 약속대로 '노 웨딩'을 결심한다. 화려한 예식 대신 두 사람의 삶에 집중하겠다는 다짐이다. 하지만 막상 결혼 준비에 들어서자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상견례 일정, 웨딩 촬영 여부, 프러포즈의 형식, 양가 부모의 기대 등 수많은 타인의 시선과 상업적 시스템이 개입하며 결혼은 '우리의 선택'이 아닌 '설명해야 할 사건'으로 변해간다.
"결혼도 연애도 하지 않는 시대라고 했건만 / 세상은 여전히 결혼을 꿈꾸는 사람들도 가득했다."라는 문장처럼, 작품은 결혼을 둘러싼 동시대의 모순을 짚는다. '노 웨딩'이라는 트렌드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소설의 관심은 유행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이 요구하는 감정의 무게에 있다.
특히 윤아가 마주하는 가족사는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이룬다. 아버지의 외도와 부모의 이혼, 이후 이어진 어머니와의 복잡한 관계는 결혼이라는 사건을 통해 다시 호출된다. 사랑은 개인의 감정이지만, 결혼은 가족이라는 구조로 확장되는 순간 새로운 긴장을 낳는다. 윤아는 결혼을 준비하며 동시에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고, 자신이 감당해온 역할과 죄책감을 되짚는다.
연소민은 드레스, 코르셋 매듭, 억지로 지은 미소 같은 디테일을 통해 결혼식의 상징성을 드러낸다. 화려한 이미지 뒤에 숨겨진 불안과 회의를 차분한 문장으로 쌓아 올리며, 사랑이 제도와 만나는 지점의 균열을 포착한다. 소설 속에서 윤아가 던지는 말, "우리 결혼은 로맨스가 아니라 스릴러야"는 이 작품의 정서를 압축한다.
'노 웨딩'은 결혼을 거부하는 선언문이 아니다. 결혼식의 유무를 넘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지속할 것인가, 어떤 관계를 가족이라 부를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연소민 지음 | 자음과모음 | 3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