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제당사)들의 4년여간의 설탕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사건의 과징금 부과 규모는 총액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크고 참가 사업자 당 평균 부과금액은 가장 많다.
공정위는 제당사들의 4년여에 걸친 설탕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 등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4083억 원(잠정)을 부과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담합과 관련한 제당사들의 관련 매출은 3조 2884억 원이며 공정위는 부과기준율 15%를 적용했다.
이번 사건의 과징금 부과 규모는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총액 기준 두 번째로 크고 참가 사업자 당 평균 부과금액은 1361억 원으로 가장 많다. 공정위는 2010년 6개 LPG 공급회사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 668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담합에 참여한 제당사들은 씨제이제일제당(주), (주)삼양사, 대한제당(주)로 이들은 음료, 과자 제조사 등 실수요처와 대리점 등 B2B(사업자 간) 거래에 적용되는 설탕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한 뒤 이를 실행했다.
3개 제당사들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인상 6차례·인하 2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했다.
이들은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원가상승분을 신속히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한 후 이를 실행했다. 가격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에 대해선 3사가 공동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원당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원가하락분을 더 늦게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원당가격 하락 폭보다 설탕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인하 시기를 지연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제당사들은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 직급별 모임 또는 연락을 통해 가격을 합의했는데 대표급, 본부장급 모임에서는 개략적인 가격인상 방안이나 3사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정했다. 영업임원이나 영업팀장들은 많게는 월 9차례 모임을 갖고 가격변경 시기와 폭, 거래처별 협의 시기, 협의가 잘 안 될 경우 대응방안 등 세부 실행방안을 합의했다.
가격변경의 폭과 시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전체 거래처에 가격변경 계획을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협상을 진행했다. 각 수요처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협상 경과를 수시로 공유했다. 예를 들어 A 음료회사는 씨제이가, B 과자회사는 삼양사가, C 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주도해 협상을 진행하고 그 내용을 공유해 주는 방식이다.
이들 제당사들은 원당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했고 반대로 원당가격 인하로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제당사들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으며, 반대로 수요처들은 가격인상 압박을 받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식료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었다.
설탕 산업은 식원자재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까지 세워 국가가 안정적인 수요를 국내 생산자에게 보장하고 있다. 또 설탕 산업의 특성상 초기비용이 많이 들고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신규 진입이 용이하지 않아 제당 3사에 의한 과점체제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2024년 내수 판매량 기준 제당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약 89%다.
그럼에도 설탕 제조사들은 이번 담합으로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부당이득을 추구했다.
특히 이들은 2007년 같은 혐의로 한차례 제재를 받고도 다시 담합을 감행했고 2024년 3월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하는 한편, 공정위 조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대응 논의를 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2024년 3월 제당사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는데, 회합 및 전화통화 등을 통해서만 연락을 주고받았기에 명확한 담합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제당사 간에 가격 논의가 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 일부 정황증거는 확보했다.
공정위는 이를 토대로 약 1년간 수요처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끝에 구체적인 담합 혐의를 확인할 수 있었고, 약 7개월 간의 추가 조사를 통해 전말을 밝혀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은 식료품 분야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지속된 약탈적인 담합을 제재한 사건으로, 최근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높은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키고 독과점 사업자의 부당한 가격 상승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한 경쟁질서의 근간을 훼손하고 다수의 경제 주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야기해 강력한 경제적 제재가 이뤄져야 하는 불공정 행위라는 인식이 사업자들에게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추후에도 이와 같은 민생을 침해하는 담합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이득보다 더 큰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며 "담합 과징금의 법정 상한을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높이는 관련법 개정과 함께 시행 세칙과 고시 개정을 통해 법위반을 억제하는 수준의 경제적 제재가 부과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9월~11월에 검찰이 고발 요청한 3개 법인 및 임직원 11명을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