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생산직 직원들에 지급해온 경영성과급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성과급은 매년 당해 연도에 한정해 지급 여부와 기준을 노사합의로 정해 지급돼 왔는데, 단체협약이나 노동관행에 근거한 것은 아니어서 사측에게 지급 의무까지 있다고 인정하긴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SK하이닉스 퇴직자 A씨와 B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A·B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1심과 2심에서도 A씨와 B씨 패소로 판결했다.
SK하이닉스는 생산직 노동조합과 연도별 노사합의로 경영성과급 지급 여부와 기준 등을 합의하고, 생산량과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원고들은 이 성과급을 포함한 평균임금으로 퇴직금을 재산정해 차액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쟁점은 경영성과급을 임금 성격으로 볼 수 있느냐다. 1심은 해당 경영성과급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지급근거가 명시되지 않은 내용이고, 노사합의와 정해진 지급 조건에 따라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부가조건과 지급기준 등의 내용에 비춰 개별 근로자의 근로제공 그 자체와 직접적이거나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근로의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며 임금 성격을 부인했다. 2심도 1심의 이같은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도 "피고(SK하이닉스)가 연도별로 한 노사합의는 그 효력이 당해 연도에 한정되고 피고는 경영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경영성과급에 관한 노사합의를 거절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2001년과 2009년에는 지급 여부에 관한 노사합의 자체가 없었다는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이어 "경영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피고에게 일정 액수 또는 비율의 경영성과급을 계속해 지급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단체협약에 의해 피고에게 경영성과급을 계속적·장기적으로 지급할 의무가 지워져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매년 이 사건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관행이 규범적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범의식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선 근로자들의 청구를 인용한 바 있다. 대법원은 삼성전자에서 연 2회 지급되는 '목표 인센티브'의 경우 지급 규모가 사전에 어느 정도 확정된 고정적 금원이고 그 평가 항목의 기능과 목적, 내용, 방식 등을 고려하면 경영 성과의 사후적인 분배가 아니라 근로성과의 사후적 정산에 가깝다며 임금 성격을 인정했다.
이날 대법원은 "같은 쟁점에 관해 최근 선고된 삼성전자 사건과 서울보증보험 사건에서 판시한 법리적 판단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