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사상 첫 트랜스젠더 선수로 이름을 올린 엘리스 룬드홀름(스웨덴)이 '개척자'라는 외부의 시선보다 스포츠 본질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엘리스 룬드홀름은 11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에어리얼 모굴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 2차 예선에서 59.22점을 기록했다. 룬드홀름은 전체 30명 중 25위에 그치며 상위 20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진출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 첫 대회를 마무리했다.
룬드홀름은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은 최초의 트랜스젠더 선수다. 하계올림픽에서는 역도의 로렐 허버드, 복싱의 이마네 켈리프 등 20명 이상의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한 바 있으나, 동계올림픽에서는 전례가 없었다.
경기를 마친 룬드홀름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그 문제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나 역시 모두와 같은 조건에서 이곳에 왔고, 그저 스키를 탈 뿐"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룬드홀름의 사례는 기존에 공정성 논란이 일었던 다른 트랜스젠더 선수들과는 차이가 있다. 그는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성장 과정에서 자신을 남성으로 정체화했다. 스웨덴 스키 대표팀은 "룬드홀름은 성별 확정 치료나 수술을 받은 적이 없으며, 이에 따라 불공정 논란은 제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성별 정체성이 남성인 선수가 여자부 경기에 나서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동료 선수들은 지지의 뜻을 보냈다. 함께 경기에 출전한 테스 존슨은 "트랜스젠더로서 최초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룬드홀름이 정말 멋있다"며 "우리는 스키를 즐기기 위해 이곳에 왔고 룬드홀름도 그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룬드홀름 또한 "모두가 자기 자신으로 살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현재 국제스키연맹(FIS)은 여자부 출전 자격을 위한 유전자 검사 정책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룬드홀름은 생물학적 여성으로서 해당 정책이 도입되더라도 경기 출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룬드홀름은 해당 정책에 대해 "모든 선수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