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을 심사하는 재판소원 도입법과 대법관 증원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로써 법왜곡죄를 포함해 그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사법개혁 3법'이 본회의 처리 수순에 들어갔다.
국회 법사위는 11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차례로 열고 재판소원 도입법과 대법관 증원법을 범여권 주도로 통과시켰다. 재판소원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이더라도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제도다. 현행법상 법원 판결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의 길을 열어 기존 사법체계와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아울러 헌법상 최고법원은 대법원인 만큼, 법원이 아닌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을 거듭하는 건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제1소위에서 "재판소원은 대법원까지 3심의 재판을 거친 패소 당사자에게 새로운 불복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이 자체로 4심의 실질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당사자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계속 다퉈야 하고, 분쟁 해결을 통한 법적 안정성은 저하될 것"이라며 "분쟁의 실질적 종결은 늦어지지만 별다른 소용은 없는 고비용·저효율·비생산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에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사법부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그리고 헌법 제103조처럼 양심에 따라서 재판을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자신이 내린 판결을 취소하거나 기본권 침해로 인정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법관 증원법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까지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마찬가지로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범여권 주도로 의결됐다. 민주당은 사건 적체 해소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개정안의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인력 집중으로 하급심 약화가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법여권 주도 법안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참석하지 않고 퇴장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오늘 법사위 회의장은 이재명 재판 뒤집기 사법 폭거와 졸속 부실 민생의 아수라판이었다"며 "범죄자가 사법 정의를 논하고, 거짓 부실 정책이 민생을 어지럽히는 일을 국민과 함께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재판소원 도입법·대법관 증원법·법왜곡죄 등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시간표대로 차질 없이, 타협 없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