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는 유조선을 나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란의 보복 가능성과 국제 유가 급등을 우려해 실행을 미루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두 달간 베네수엘라 제재의 하나로 관련 선박들에 적용했던 전략을 이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란의 주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원천 봉쇄해, 핵 프로그램 제한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겠다는 의도다. 타깃은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이다.
약 1천 척으로 추산되는 이들 선박은 제재 대상 국가의 원유를 중국 등지로 비밀리에 운송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들어서만 이란 원유를 운송한 선박 20여 척을 제재 명단에 올렸으며, 이들 선박은 잠재적인 나포 대상이 될 수 있다.
선박을 나포할 경우 미군 인력과 호위 함정이 투입돼 유조선을 미국이나 원유를 보관할 수 있는 제3국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국제법상 공해상에서 국적을 속이거나 무국적 상태인 선박은 미국의 관할권 행사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조선 나포를 통한 경제적 고립 심화가 군사적 타격보다 정권의 힘을 빼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 방안이 가져올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WSJ은 전했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이란의 보복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란이 이에 맞서 페르시아만 인근의 미국 동맹국 유조선을 나포하거나,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이란의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국제 유가가 치솟을 수밖에 없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이 이 카드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대이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 논의 의사를 밝히면서도 우라늄 농축 중단이나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등 미국의 핵심 요구 사항은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