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창업 생태계가 오랜 침체를 벗어나 반등의 신호를 보냈다. 11일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5년 부산지역 신설법인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부산에서 새로 문을 연 법인은 4,383개체로 2024년보다 2.0% 증가했다. 2021년 정점(6,779개)을 찍은 뒤 3년 연속 내리막을 걷던 창업 지수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K-컬처'가 끌어올린 유통업, 창업 시장의 불씨
이번 반등의 일등 공신은 유통업이다. 유통업 신설법인은 전년 대비 무려 16.7% 증가한 1,301개체를 기록하며 전체 창업의 29.7%를 차지했다. 이는 최근 K-컬처 열풍과 맞물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결과로 분석된다.특히 크루즈 입항 확대와 무비자 입국 등 관광 호재가 유통 분야의 창업 수요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반면,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장비임대업(-15.5%)과 건설업(-12.6%)은 여전히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어 업종별 양극화가 뚜렷했다.
창업의 질적인 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서민 경제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자본금 5,000만 원 이하의 소규모 창업이 전체의 81.7%(3,581개)를 차지했다. 대규모 투자를 동반한 기술형 창업보다는 리스크를 최소화한 소규모 창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해운대구(13.9%)가 가장 활발했고 강서구(12.1%)와 수영구(9.8%)가 뒤를 이었다. 서비스업이 집적된 해운대·수영과 제조업 기반인 강서구가 부산의 '창업 3각 거점' 역할을 하며 지역 경제의 기초 체력을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 이전 효과? 12월 부동산·정보통신업 반짝 상승
특이할 만한 점은 지난해 12월의 흐름이다. 12월 한 달간 신설법인은 전년 동월 대비 7.7% 증가했는데, 특히 정보통신업과 부동산 임대업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AI 활용 수요의 확산과 더불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전후로 관련 비즈니스 및 사무 공간 수요가 늘어난 것이 창업 시장에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부산상의는 이번 조사가 창업 시장 위축 국면을 벗어나는 '바닥 다지기'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부산상의 조사연구팀 관계자는 "신설법인은 지역 경제의 바로미터"라며 "어렵게 살아난 창업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 등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