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좌충우돌' 정청래의 '좌고우면'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

17대 국회가 개원한 2004년5월. 초선 의원들을 취재하던 선배 기자가 씩씩거리며 기자실로 돌아왔다.
 
"정청래 의원 독특하더구만"
 
초선 의원 가운데 또래가 엇비슷한 정청래 의원에게 '형님 형님'하며 넉살좋게 다가갔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 의원으로부터 돌아온 반응은
 
'내가 왜 당신 형님이야!'
 
'형님' 호칭의 적절성에 대한 논쟁도 있었지만 인간 정청래의 성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에둘러 가는 '체면치레'보다는 자신의 지향점을 향해 비타협적으로 직진하는 이런 성정으로 정치인 정청래는 강경파로 분류돼왔다.  정치 개혁과 언론 개혁, 국가보안법 폐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 검찰 개혁 등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중진이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이번 국회에서 그는 여야 합의라는 관행 대신 '(국회)법대로 하자'며 상임위를 운영해 논란을 빚었다. 한국적 정서에서 '법대로 하자'는 말은 사실 '다시는 보지 말자'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에게 그의 이런 상임위 운영은 청량감을 주었지만 반대자들에게는 '막가파'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윤창원 기자

당 대표에 오른 뒤에도 그의 직진 행보는 계속됐다.
하지만 당내는 물론 청와대와 정부 등 당 안팎을 두루 살펴야 하는 집권 여당 대표에게 강경 노선은 득보다 실이 컸다. 당원 권리를 강화하는 '1인 1표제'와 지방선거를 앞둔 조국혁신당과의 갑작스런 합당 추진 발표는 당내 분란을 불러 일으켰다. 급기야 2차 종합특검의 특검 후보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비우호적인 인물을 추천해 '반 이재명' 논란에 다시 불을 당겼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 대표가 차기 당권을 노리고 이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됐고 이에 맞서 '당권파' 의원들은 '정치적 음모는 없다'며 반박했다. 분란이 분열로까지 확산되는 형국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강경했던 정 대표도 특검 후보 추천에 문제가 있었다며 두 번씩이나 고개를 숙였다.
조국혁신당과 합당도 선수별 의원 간담회와 의원 총회 등을 거쳐 잠정 중단하기로 물러났다.
 
그동안 정치적 자산으로 작용했던  그의 강성 노선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정치적 부담으로 바뀌었다. 차기 당권도 불투명해졌다는 비관론까지 나올 정도다.

그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면 좌충우돌 보다는 좌고우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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