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70년, 목양 40년…정진섭 목사 '은혜의 여정' 펴내

정민기 기자

부산 금정구에 있는 이삭교회 정진섭 원로목사가 자신의 40년 목회 생활을 정리하는 '은혜의 여정'이라는 자전적 책을 출판했다.

전도사 시절부터 개척 시절, 조기 은퇴까지의 시간을 담담히 그려냈지만 교회 행정과 설교, 교인과의 관계 설정, 목회자의 자질, 헌금과 세습문제까지 현재 한국교회가 문제점까지 예리하게 짚어내 후배 목회자들에게는 하나의 '목회 참고서'가 될 법하다.

'은혜의 여정'은 경남 고성의 벽촌에서 태어난 무속 신앙의 분위기 속에서 자란 저자가 예수님을 만나고 목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개척,그리고 은퇴까지의 시간을 써 내려간다.

1부 하나님의 섭리, 2부 새로운 목회 준비, 3부 삶으로 말하는 목회, 4부 구체적인 목회 사역으로 구성된 260페이지 분량의 책은 허투루 사용된 말이 없어 페이지 페이지 모두가 그냥 넘기기 아까울 정도다. 설교문은 아니지만 좋은 설교를 들었을 때의 감동이 살아난다.

정진섭 목사는 ㅡ그의 표현에 따르면ㅡ 크리스마스 때 '간식' 얻어 먹으러 교회에 첫 발을 들인 후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목사가 됐다고 한다. 10살 때까지 교회라고는 건물도 본 적이 없는데다 주변 환경도 무속 신앙이 전부여서 도저히 목사가 될 여지가 없었지만 '간식' 때문에 교회 갔다가 목사가 됐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어쩌다 일어난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저자는 '하나님의 섭리에는 우연이 없다'고 고백하며 신앙 초기 시절을 시절을 회고한다.

책에서 저자는 '웃음'이라는 의미 '이삭' 교회를 개척하며 세운 선교와 구제에 비중을 둔 목회 철학을 밝힌다. 그는 교회성장이라는 신기루에 현혹돼 교회의 본질에 대한 우선 순위가 바뀌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교회 표어는 '사역보다는 예배, 성장보다는 성숙, 조직 보다는 사람을 우선 순위에 두는 교회'였다.  

그는 교인이 목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목사가 교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교회의 성숙을 위해서는 교인수가 줄어드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적인 성장보다는 '성숙된 크리스챤'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목회 기간에 일회성의 총동원 주일 행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선교와 구제에 중점을 둔 목회 철학에 따라 그는 1993년 11월 2일 개척교회 설립 예배 때 들어온 헌금을 필리핀 원주민들의 교회 부지 매입에 사용하라고 선교헌금으로 보내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을 개척 교회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목회자로서의 탁월한 자질이 없었기에 하나님의 긍휼을 입어야 했다"며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힌다. (사실 그는 누가 평가해도 성공한 목회자이고 웃기지는 않지만 설교를 잘하는 목사로 통하고 있다.)

책에는 개척 과정의 인간적인 고뇌와 어려움, 자신에게 순간적으로 하나님보다는 인간에게 기대려는 '속물 근성이 있었다'는 치부를 드러내는 솔직함도 보인다.

한국교회에 대한 고언도 빼 놓지 않았다. 한국교회가 신뢰를 상실한 이유는 삶으로 본을 보여야 할 목회자들이 삶을 잘못 살았기 때문이라며 목회자가 언행일치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세교회의 타락이 성직자가 돈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며 교회 재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조했다. 담임목사직 세습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분명히 했다. 담임목사직 세습은 하나님이 주인으로 계시는 교회를 '사유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목사와 장로라는 직분을 '계급'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장로교의 정치제도는 교인의 대표인 장로와 목사가 당회를 이루어 교회를 이끌어 가는 대의정치인데 목사와 장로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서로 갈등하고 충돌하며 교회가 어려움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 개혁의 대상은 일반 성도가 아니라 목사와 장로라고 단언한다. 그는 이삭교회 재임 시절에 목사에 대한 신임투표제와 장로임기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종교 개혁의 정신을 되새기며 목회 당시 늘 개혁을 시도했으며 교회 재정의 투명화는 물론 헌금 종류를 최소화해 교인들이 자원하는 마음으로 헌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은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교회 주변 믿지 않는 이웃에 대한 헌신과 배려도 강조했다.

그는 이삭교회의 주제 성구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라(마태복음 6장 33절)"로 정했다. 그는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했더니 약속대로 모든 것을 더해 주시는 하나님의 복을 받았다"고 썼다.

책 곳곳에는 목사로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고충과 함께 가정사까지 솔직하게 씌여 있어 생활인으로서의 목회자의 고민과 생활 단면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은 은퇴 후 내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꼭꼭 눌러 쓰며 한국교회와 성도를 걱정하고 책임감을 다지는 원로의 모습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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