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법정에서 "계엄은 옳지 않았고 법률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국회에서 계엄 선포 찬반 여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재판장인 이진관 부장판사는 박 전 장관이 실제로 계엄에 반대했는지 조목조목 따져물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9일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에 앞서 박 전 장관을 상대로 비상계엄 당시 행동에 대해 직접 질문했다.
이 부장판사는 박 전 장관에게 "12·3 비상계엄을 반대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 집무실 안에서 계엄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반대한다고) 말씀드렸다"라며 "이후 대접견실에서도 제 행동을 폐쇄회로(CC)TV로 확인해보니 만류하는 모습들이 있었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이어 왜 반대했냐고 묻자 박 전 장관은 "당시에는 법률적으로 조항 하나 하나 따져서 말하진 못했다"면서도 "계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씀드렸고, 계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또 "12·3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지금은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법률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이 부장판사는 "그럼 당시에는 법률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냐", "비상계엄을 반대한 것이 정치적 상황 때문이냐"고 질문했다. 박 전 장관은 이에 "하나 하나 판단할 상황에 있지 못했다", "(정치적) 나머지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어서 하시면 안 된다고 했지 나머지 내용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고 각각 답했다.
이 부장판사의 질문 공세는 박 전 장관이 계엄에 대한 위법성 인식이 있었는지, 실제로 계엄에 반대했는지 세밀하게 검증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박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서와 달리 과거 국회 등에선 비상계엄 찬반 여부에 답변을 보류한 바 있다. 그는 2024년 12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계엄 당시 국무회의에서 어떤 의견을 냈는지 등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내란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물음에는 "내란죄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당시 법무부 비상간부회의에 소집됐던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류 전 감찰관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장관이 계엄 관련 지시를 내렸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 "박 전 장관의 표정과 말투, 그 이후 들은 바를 종합해 제출한 진술"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전 장관 변호인이 "판단과 추측을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류 전 감찰관은 "의견을 물어보니 답하는 것"이라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