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 6개월 만에 사면초가에 몰렸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 이후 당 내 갈등이 분출된 데 이어 전준철 특검 후보자 추천 논란까지 겹치면서 입지가 대폭 좁아진 모양새다.
청와대와의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가운데, 10일 열리는 의원총회가 정 대표 리더십의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합당 관련 입장을 최종 정리하고 이를 혁신당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달 22일 정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된 합당 논의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 대표의 의지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합당 논의에 물꼬를 틀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당 내 갈등이 확산하면서 정면돌파는 사실상 쉽지 않은 상태다.
특히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한 일이 결정타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민주당과 지지층이 '정치검찰의 조작기소'로 규정하는 쌍방울 관련 사건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에서 김 전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놨다고 알려지면서, 전 변호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대통령이 전 변호사 추천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배경이다.
안팎의 비판은 거셌다.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정 대표를 겨냥해 '집권 야당'이라고 규정하며 "민주당 지도부는 탈선한 당권 기관차의 폭주를 멈추고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당권파'이자 전 변호사를 추천한 이성윤 최고위원을 향해서는 최고위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대파의 공세에 아랑곳 않던 정 대표의 태도도 전 변호사 추천 논란 이후 저자세로 돌아섰다. 정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당 대표인 제게 있다. (전준철) 특검 추천도 마찬가지"라며 "대통령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공개된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이라는 제목의 대외비 문건도 운신의 폭을 좁혔다. 해당 문건에는 혁신당에 지명직 최고위원을 배분하는 등 당원들의 반발을 사기 쉬운 내용이 여럿 포함됐다. 문건이 공개되자 합당에 반대해 온 이언주·황명선·강득구 등 최고위원 3명은 정 대표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청 간 이상 기류가 계속되는 상황에 악재마저 연달아 겹치면서 정 대표가 당초의 합당 구상에서 선회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잖다.
즉, 친명계가 반대하는 '지방선거 이전 합당'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지방선거 이후 합당'을 제안하면서 일종의 출구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합당과 관련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가 한 발 물러서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전 당원 투표'까지도 가지 않을 것 같다. 의원총회 이후 최고위에서 '지선 이후 합당' 수순을 밟는 식으로, 이번 논의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