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국가 대항전 데이비스컵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한국 대표팀. 난적 아르헨티나를 꺾고 최종 본선 진출전 2라운드에 진출했다.
정종삼 감독(명지대)이 이끄는 대표팀은 8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끝난 2026 데이비스컵 최종 본선 진출전 1라운드에서 아르헨티나를 눌렀다. 매치 스코어 3-2 극적인 역전으로 2라운드에 진출했다.
전날 대표팀은 단식에서 아르헨티나와 1승 1패 호각을 이뤘다. 8일 복식에서 졌지만 권순우(343위·국군체육부대)와 정현(392위·김포시청)이 잇따라 단식에서 이기며 역전을 이뤄냈다.
한국은 네덜란드를 누른 인도와 오는 9월 2라운드를 치른다. 여기서 이기면 오는 11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개최되는 데이비스컵 본선(파이널 8)에 진출한다.
이날 한국은 첫 경기인 복식에서 지면서 1승 2패, 벼랑에 몰렸다. 남지성(164위·이하 복식 순위·당진시청)-박의성(224위·대구시청)이 기도 안드레오치(32위)-페데리코 아구스틴 고메스(134위)에 0-2(3-6 5-7)로 완패를 당했다. 1경기만 더 지면 월드그룹 1로 강등될 위기였다.
하지만 한국 남자 테니스 간판들이 힘을 냈다. 권순우가 3단식에서 어거스틴 티란테(95위)를 2-1(6-4 4-6 6-3)로 눌러 승부를 마지막 4단식으로 몰고 갔다.
그러자 정현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현은 마르코 트룬젤리티(134위)와 4단식에서 세트 스코어 2-0(6-4 6-3) 완승을 거뒀다.
정현은 전날 1단식에서 티란테에 세트 스코어 1-2로 역전패를 당한 아쉬움을 날렸다. 특히 1세트를 상대 서브 게임을 환상적인 발리로 마무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강력한 백핸드 드라이브를 펼쳐 3000명 관중을 열광에 빠뜨렸다.
2018년 정현은 호주 오픈에서 한국 최초의 메이저 대회 단식 4강 신화를 이뤘다. 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는 돌풍을 일으킨 정현은 비록 '황제' 로저 페더러(은퇴·스위스)와 4강전에서 발바닥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선수 역대 단식 세계 랭킹에서 최고인 26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정현은 이후 허리와 손목 등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렸다. 그러다 지난해 퓨처스 등급 대회 등 3번 정상에 오르며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이날 승리에 대해 뉴욕 타임스 등에 기고하는 스포츠 언론인 벤 로젠버그는 자신의 SNS에 "데이비스컵에서 멋진 순간들이 많았지만 정현이 다시 영웅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경기 영상을 올렸다. 로젠버그는 주로 테니스를 취재해왔고, 국내 선수들의 소식도 자주 전한다.
정현은 대한테니스협회를 통해 "복식에서 졌지만 순우가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이겨주길 바랐다"면서 "국가 대항전 2-2 상황이라는 극한의 긴장감 속에서 경기할 일이 몇 번이나 있고, 그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대기실에서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2018년에는 잃을 것도, 아픈 곳도 없었는데 지금은 부상이 길어지면서 신체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데이비스컵이나 조금 특수한 대회는 부담이 더 쌓이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그게 핑계가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순우는 전날 트룬젤리티에 이어 티란테도 누르며 혼자 2승을 거뒀다. 권순우는 "팬들이 응원을 진짜 너무 크게 잘해 주셨다"면서 "거기에 힘입어 집중해서 경기할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정종삼 감독도 "복식에서 졌지만 다행히도 권순우가 또 다시 불씨를 살려줬고, 마지막에는 정현이 불씨를 완전히 폭발해서 태워줘서 지금 너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