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패권전, 이순신 '장계' 오마주 "韓은 아직 신진서가…"

12척의 배처럼… 韓 바둑 역전 상징 된 신진서
韓, '농심신라면배' 6연패

인천공항 입국장에 마중 나온 팬들에게 인사하는 신진서 9단. 한국기원 제공

今臣戰船 尙有十二(금신전선 상유십이). 이는 1597년(선조 30) 이순신이 명량해전을 앞두고 임금에게 올린 장계(狀啓)의 핵심 구절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로 해석된다.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 이 대회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바둑 최강국인 삼국(三國)만 출전한다. '바둑 삼국지'로 불리며 바둑 패권전이 펼쳐진다. 이 바둑 전쟁에서 '금신전선 상유십이' 구절은 종종 오마주됐다.

한국이 탈락 위기에 몰릴 때마다 '한국에는 아직 신진서가 남아 있다'라는 말로 바뀌어 등장했다. 신진서는 역전의 상징인 '12척의 배'에 비유됐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다시 한번 세계 바둑 역사를 새로 썼다. 벼랑 끝에 섰던 한국을 6연패의 주인공으로 탈바꿈시켰다.

신진서, 3연승… 벼랑 끝 韓은 대역전 드라마

 
'농심신라면배'에서 6연패를 달성한 한국 바둑 대표팀. 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는 한국기원 정태순 이사장. 한국기원 제공

그는 지난 6일 중국 선전 힐튼 푸톈 호텔에서 열린 제2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14국에서 '일본 바둑 1인자' 이치리키 료 9단과 맞서 18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중앙 접전에서 상대가 범한 단 한번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급소를 찔러 일궈낸 드라마 같은 역전승이었다.
 
신진서의 승리로 한국은 대회 6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2021년(제22회) 대회부터 시작된 우승 행진을 이어간 셈이다.
 
한국의 6연패 '수훈갑'은 3일 동안 3연승을 거둔 신진서다. 그의 출격 전 한국은 벼랑 끝에 선 신세였다. 반면 3연승의 일본은 2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열도로 가져갈 기세였다. 그러나 '절대 1강' 신진서의 출격 후 전세(戰勢)는 뒤집혔다. 중국은 전멸했다. 일본은 신진서의 두 번 폭격에 항복했다.
 
신진서는 앞서 열렸던 '농심신라면배'에서도 늘 '슈퍼맨' 역할을 해왔다. 직전 대회(26회)에서 막판 2연승으로 한국의 5연패를 완성했다. 앞서 22회 대회 때는 막판 5연승으로 역전 우승을 견인했다. 23회 대회는 4연승, 25회 대회는 초유의 끝내기 6연승을 거두며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日에 45전 전승… 25세에 누적 상금 100억 원 돌파 기염


신진서 9단(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vs 이치리키 료 9단. 사진은 대국 후 복기 장면. 한국기원 제공

이 대회 마지막 대국 승리로 신진서는 일본전 45전 전승의 기록을 이어갔다. 또 자신의 종전 기록을 다시 경신하며 '농심신라면배' 21연승을 달성했다. 이 대회 최다승 부문에서도 중국 탄팅위 9단과 동률(21승)을 이뤘다.
 
그는 특히 누적 상금 100억 원을 돌파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 배분액으로 기존 98억8748만3962 원이었던 누적상금이 100억5648만3962 원으로 늘어났다. 이로써 이창호(107억7445만3234 원), 박정환(103억6546만1435 원)에 이은 대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아래 표 참조>
 
화폐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100억 원 돌파 시점만 놓고 보면 25세인 신진서가 이창호를 15년 앞선다. 이창호는 40세에 100억 원을 돌파했다.

"韓 바둑 명예 지킨 우리 선수들이 자랑 스럽다"


신진서 9단의 연간 상금 기록. 한국기원 제공

대업을 완성한 신진서는 겸손했다. "포기하지 않아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며 "운이 많이 따라줬다. 바둑 팬 분들의 응원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7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에서는 한국 바둑 대표팀의 환영 행사가 열렸다. 바둑 대표팀 홍민표 감독은 "한국 바둑의 명예를 지킨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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