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외눈박이 사법부', 이럴 바엔 '배심원제'를 하자

연합뉴스

요즘 법원을 판결을 보면, 판사들의 균형성과 논리정합성이 이렇게까지 떨어지고 제각각인지 한숨이 나온다. 마치 판사들이 '개성시대'를 뽐내려는 것 같다. MZ세대를 절대 모욕할 뜻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두고 법조계인사는 'MZ판사들'이라고 탄식했다.
 
사법은 국가질서의 근본유지 기능이 으뜸이다. 국가사회적으로 소용돌이를 몰고 왔던 사건에 대해서 그 부패 구조를 천착해야 한다. 명태균.김건희 사건은 대한민국을 얼마나 '주술사회'로 몰아넣었던가. 대통령이라는 핵심권력이 직접 관련된 부패구조는 절대 신화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법은 사회적 합의의 반영이므로 국민의 법상식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현실을 외면한다. 법원은 그리스신화 속 이야기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명태균 사건의 재판장은 김인택 부장판사다. 그는 대형면세점 인사와 결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 김영선이 명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했던 돈을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 '급여'와 '채무'라고 판단했다. 이런 기상천외한 판단의 근거는 명태균이 당협사무소 총괄본부장으로 근무했고, 그 일을 그만둔 뒤에는 급여 수령을 거부하며 기존채무를 갚으라고 독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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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국회의원이 세비 절반을 떼어 준 것을 '정당한 급여'라는 판단은 사법판단상 처음이지 않은가 생각한다. 국민의 법상식에서 보면 누가봐도 정치적 영향력과 묵시적 대가의 관계이다. 대체 어느 기업인.법인의 대표가 자기 월급을 절반 뚝 떼어내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할까. 판사 김인택은 한발 더 나가 '부정한 돈'이면 급여로 지급됐겠냐는 논리를 제시한다. 그렇다면 '월급'을 의원사무소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의 통장으로 지급한 다음, 강은 현금으로 인출해 그 돈을 명태균에게 주어야 했을까. 급여이면 직접 지급받는 방식 외에 다른 방식은 존재할 수 없다.
 
김인택의 논리는 고약하다. 그 돈이 명태균의 생활비로 사용되었을 뿐, 명태균의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된 것이 아니므로 정치자금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명태균이 임의제출한 휴대폰 속에 윤석열.김건희의 메시지가 1천 41개가 있고, 수많은 통화 녹음파일이 있다. 그 통화녹음에 윤석열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와 김건희가 "당선인(윤석열)이 지금 전화를 했는데, 하여튼 당선인 이름 팔지말고 그냥 밀으라고 했어요"라는 빼박 증거가 있다. 재판부가 모두 증거로 인정한 것들이다. 
 
그런데 왜 무죄였을까. 김인택은 '공천 영향력'과 '돈 거래'를 별개 사건으로 분리하는 논리를 폈다. 그는 명태균이 뒤늦게 수사기관에 제출한 임의제출 증거에 대해 증거은닉죄를 적용해 유죄 판단했다. 휴대폰을 숨긴 행위를 유죄로 본 것이다. 그런데 휴대폰 안에 있는 윤석열.김건희와 명태균 간의 공천대화는 모조리 무죄를 주었다. 수사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고 지적할만큼 중요한 정보라고 꾸짖고도, 그 정보가 '직접적인 돈거래 계약서'가 아니므로 대가성이 없다고 면죄부를 주었다. '공전 영향력 행사'라는 본질적 사실이 '금전 수수'와 직접 연결된다는 대가성의 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증거의 가치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계약서 망령'은 여기서 또 등장한다. 권력 주변의 '그림자'를 애써 외면하고 부정하는 판단이다. 김건희사건 재판장인 우인성은 '정치자금'을 "계약서가 없다"며 '영업활동'이라고 둔갑시켰다. 명이 실시한 여론조사가 윤석열을 위한 것이었음에도,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미화시켜 권력과 정치브로커의 은밀한 거래를 '정상적 비즈니스'로 세탁해 주었다. 
 
김인택의 '계약서' 논리 또한 몸에 힘을 쫙 빠지게 한다. 그런데 정반대이다. 한 번은 희극이요, 한 번은 비극인 것이다. 김영선과 명태균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데 왜 '급여'라는건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시중에선 1개월짜리 알바도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현실인데 말이다. 그 계약서들은 신통방통하다. 계약서가 없어 '영업활동'이라고 세탁됐고, 계약서가 없는데도 '급여'라고 인정받으니 이 권력사건의 결말은 무조건 윤석열.김건희의 승리가 됐다. 
 
판사들이 제각각 자신들의 개성을 뽐내려 경연한다면 그 판단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사법이먀말로 신뢰가 떨어지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스트레스가 된다. 지금 사법부의 판결은 '복불복'이 되었다. 판사 누구를 만나느냐가 죄의 유무를 가린다는 얘기다. 판사는 절대 신이 아니다. 본인이 자백하거나 직접 증거가 있지 않는 한 판사도 틀릴 수 있다. 정치사건은 더욱 그러하다. 
 
판사 본인들은 실토하지 않겠지만 자신들의 '당파성'이나 '예단'이 더 중요한지 모른다. 헌법은 '내면의 도덕적 판단을 바탕으로 결정하는 자유'인 '양심'을 판사에게 부여했다. 시민들은 그 '양심'을 믿기만 할뿐 실제로 해부하거나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마 판사도 본인의 '양심'을 알기 어려울 때가 수없이 많을 것이다. 현실에 대한 그들의 문해력은 더 언급해 무엇하겠는가. 
 
엊그제 법원행정처장 박영재가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상고심 판단을 "헌법과 법률에 의해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이 대한민국에서 최소 절반 이상은 넘을 것이다. 대법원이 스스로 '절차'를 무너뜨렸다. 판사들이 제각각 개성을 뽐내는데 주력하고, 그 '양심'을 '헌법과 법률'로 방패삼는다면 차라리 '배심원제'를 도입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외눈박이 거인'이 된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의 끝이 어디까지 추락해야 멈출지 수수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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