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낸 시간은 배신하지 않았다…'깜짝 銀' 김상겸, 지금이 가장 강하다

환호하는 김상겸. 연합뉴스

1989년생 김상겸(하이원)의 전성기는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은 예상 밖의 이름에서 나왔다. 4번째 올림픽 무대에 섰지만, 앞선 세 차례 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스노보드 대표팀 '맏형' 김상겸이 영광의 주인공이었다.

김상겸은 8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전에서 오스트리아의 벤자민 카를에 0.19초 차로 밀려 은메달을 획득했다. 앞선 올림픽 무대에서 10위 안에 들어본 적도 없던 김상겸이 4번째 도전 끝에 시상대에 섰다.

세리머니하는 김상겸. 연합뉴스

선수 생활 내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김상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 국제 무대에 도전해 왔다. 당시만 해도 이 종목이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김상겸은 사실상 스노보드 알파인의 개척자였다.

김상겸은 2011년 터키 에르주름에서 열린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희망을 봤다. 평행 대회전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경쟁력을 확인했다.

꿈의 무대인 올림픽 출전도 이뤘다. 2014년 소치 대회에 신봉식과 함께 한국 선수 최초로 평행 대회전과 평행 회전 종목에 출전했다. 김상겸은 당시 예선 17위에 그치며 탈락했지만,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의미는 분명했다.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회전 종목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김상겸의 고향에서 열린 대회였다. 예선 15위로 토너먼트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첫 경기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어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예선 24위에 그쳤다.

은메달 딴 스노보드 김상겸. 연합뉴스

그러나 2024년부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메달권에 들기 시작했다. 김상겸은 2024년 11월 중국 메이린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처음 시상대에 올랐다. 작년 3월 폴란드 크르니차에서 열린 대회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자 기량이 폭발한 것. 김상겸은 이번 대회에서는 예선 8위로 토너먼트에 올랐다. 1·2차 시기 합계 1분 27초 18을 남겼다. 1차 시기는 18위로 탈락 위기였다. 하지만 2차 시기에서 극적인 반전을 써내며 참가자 중 여덟 번째로 좋은 성적을 냈다.

토너먼트 첫 경기부터 김상겸에게 행운이 따랐다. 잔 코르시(슬로베니아)가 레이스 중 넘어지며 여유롭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8강에서는 우승 후보 이탈리아의 롤란드 피슈날러를 상대했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끌던 김상겸과 달리, 피슈날러는 수차례 실수를 범했다. 결국 김상겸이 먼저 결승 지점에 도달했다. 4강에서는 불가리아 신예 테르벨 잠피로프를 0.23초 차로 꺾으며 노련함을 과시했다.

연합뉴스

1989년생인 김상겸은 만 37세다. 은퇴를 떠올릴 나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스노보드 알파인 특성상 그렇지 않다. 특히 경험과 경기 운영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종목이다.

실제로 금메달을 차지한 오스트리아 벤야민 카를은 1985년생으로 김상겸보다 2살이 많다. 김상겸에게 8강에서 무릎을 꿇은 피슈날러는 1980년생임에도 '강력 우승 후보'로 꼽혔다.

김상겸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네 번째 올림픽 끝에 따낸 은메달은 긴 도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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