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60조 오지급' 일파만파…가상자산 '장부 거래' 도마에

빗썸 '돈 복사' 논란…보유 비트코인, 임의로 12배 넘게 불려
"고의로 장부상 코인 생성 유통하면…" 이용자 불신↑
빗썸 "지급 프로세스 재설계,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

8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앞. 연합뉴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이벤트 당첨금 지급 과정에서 60조원대 비트코인을 오(誤)지급하면서 코인 '장부 거래' 방식이 논란에 휩싸였다.

거래소 실보유 비트코인보다 1% 가량 적게 유지되던 '데이터베이스(장부·DB)상' 코인이 갑자기 1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가 없어지는 것을 본 이용자들이 '돈 복사'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62만원이 60조로…실제 보유 수량의 12배 오지급 

연합뉴스

빗썸은 지난 6일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다 직원의 단위 입력 실수로 62만원 대신 62만개의 비트코인(60조 7600억원 상당)을 보내는 초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실제 보유 수량(4만 6천여개)의 12배가 넘는 규모다.

당시 빗썸 앱에 표시된 비트코인 내부 유통량은 4만 6천개 수준에서 순식간에 66만개를 넘어섰다. 전 세계 비트코인 총발행량(2100만개)의 3%에 달하는 수량이 거래소 안에서 생성된 것이다.

장부상 거래 방식에 따라 당첨자들의 계좌에는 1인당 평균 2천490개(2천44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들어왔고, 당첨자들 중 일부는 이를 발 빠르게 매도했다.

이번 사고는 빗썸과 같은 중앙화 거래소(CEX)의 운영 구조에서 비롯됐다.

CEX는 고객이 입금한 코인을 자체 지갑에 보관한 뒤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하지 않고 데이터베이스(DB)상 장부 잔고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거래 속도와 편의성은 우수하지만, 시스템 오류가 나면 거래소가 실제 보유한 물량과 장부상 수량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개인 지갑을 서로 연결해 블록체인상 스마트 계약으로 직접 거래하는 탈중앙화 거래소(DEX)와 달리, CEX는 이용자 신뢰 확보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가상자산 초과 보유 수량을 공개하고 있다.

빗썸은 지난해 말 기준 재무실사 보고서에서 장부상 전체 가상자산 수량보다 실제 회사가 보유한 수량이 1.4% 더 많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3분기 말 보고서에서는 고객이 위탁한 4만2천619개와 회사 소유의 175개 등 총 4만2천794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빗썸 측은 장부 숫자를 바꾸는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회수한 뒤 "지갑에 보관된 코인 수량은 엄격한 회계 관리를 통해 고객 화면에 표시된 수량과 100%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돈 복사' 가능성 제기…금융당국 이틀 연속 비상회의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일부 이용자는 거래소 내부에서 사실상 '돈 복사'가 가능한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내부인이 고의로 장부상 코인을 생성해 유통해도 이용자들이 인지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지만, 중앙화 거래소에서 데이터베이스상 거래는 당연한 방식으로, 장부 거래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내부 통제, 리스크 관리, 실시간 잔고 검증 체계가 잘 작동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빗썸은 "이번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자산 지급 프로세스 전반을 재설계하고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과 8일 연달아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과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빗썸 사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빗썸뿐만 아니라 모든 거래소의 내부통제 전반을 점검하고 적절한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안을 막판 조율 중이다. 이번 사태가 코인 발행이나 유통 관련 규제 강화 논의에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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