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고 생산과 수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EV)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ESS 수요가 본격적으로 부상하면서, 현지 생산과 설계부터 설치·운영까지 책임지는 통합 솔루션을 앞세워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8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2026년을 전기차(EV) 성장 둔화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적 전환기로 보고, ESS 중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ESS 누적 수주 잔량은 약 140GWh 수준이며, 2026년 ESS 매출을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 수주 역시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치인 90GWh를 웃도는 수준을 제시했다.
이에 맞춰 ESS 생산능력도 대폭 확대한다. 글로벌 기준 ESS 생산능력을 60GWh까지 늘리고, 이 가운데 북미 지역 비중을 5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SS 생산 거점은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간다.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은 2025년 6월 가동을 시작해 북미 최초의 ESS 대규모 양산 공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미시간 랜싱 공장과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은 2026년 중 가동을 시작하며, 일부 전기차용 생산 라인을 ESS 생산으로 전환해 활용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2025년 11월 가동을 개시해 2026년 2월 LG에너지솔루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북미 외 지역에서도 ESS 생산 체계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이 2025년 11월 ESS 생산을 시작하고, 중국 남경 공장은 2023년 말부터 회사 최초의 LFP 기반 ESS 제품을 생산 중이다. 국내에서는 오창 에너지플랜트가 2027년 ESS 생산을 앞두고 있다.
수주 측면에서도 장기 공급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미국법인과 2024년부터 2026년까지 4.8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최대 8GWh 규모 계약을 맺었으며,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는 2026년부터 7.5GWh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 폴란드 국영전력공사 PGE와는 2026년부터 1GWh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델타 일렉트로닉스, EG4 일렉트로닉스 등과 주택용 ESS 공급 계약을 잇달아 확보하고 있다.
제품 경쟁력으로는 LFP 기반의 안전성과 현지 생산 역량이 강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제품은 열적 안정성이 높은 LFP를 적용해 글로벌 열폭주 화재 확산 평가 기준인 UL9540A를 충족한다. 외부 냉각수나 자연 환기만으로도 대응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으며, 미국 화재예방협회(NFPA 855)와 국제소방규정(IFC)이 요구하는 대형 화재 모의 시험도 인접 컨테이너로의 화재 전이 없이 통과했다.
또 북미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요구하는 미국산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북미 ESS 사업을 전담하는 운영 안정화 조직을 신설해 개발부터 생산, 납품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유럽과 중국,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생산 거점을 통해 비(非)중국계 대규모 LFP 양산 체계를 갖췄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2022년 설립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를 통해 배터리 제조부터 시스템 통합(SI)까지 아우르는 턴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단일 계약으로 시스템과 보증,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통합 제공할 수 있어 고객 대응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ESS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북미와 유럽, 중국 등 주요 지역에서 ESS 전환을 가속화하고 공급 안정성과 운영 효율을 함께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최근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시장 기준과 성장 가치가 재편되는 이른바 밸류 시프트 국면에서, 북미 생산 시설과 운영 경험, SI 기반 턴키 솔루션 역량을 동시에 갖춘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