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외교수장들의 총출동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재인상이 현실화하는 쪽으로 기울면서 조인트 팩트시트의 다른 축인 안보 협상에도 먹구름이 꼈다. 안보 분야 이행에 있어서도 '경제적 논리'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성락 "관세가 흔들려 이 난리가 났다"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장관은 4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통상 분야든 안보 분야든 한미 간의 합의 이행에 있어 지연이 생기는 것은 미국도 원치 않는 바라고 공감을 표했다"고 전하며 원자력, 조선, 핵추진잠수함 합의사항 추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다만 조 장관의 원론적인 발언과 달리 위성락 안보실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관세 및 안보 협상 타결이라는 두 개의 필러(기둥) 중 관세라는 한 축이 흔들려 이 난리가 났다"며 안보 협상 논의에 지연이 생겼음을 알렸다.
정부는 그간 관세 불확실성이 안보분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여러 차례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위 실장의 발언으로 관세협상의 여파가 안보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통상과 안보 협의 이행, 속도도 의지도 달랐다
미국과의 조인트 팩트시트는 협상 초기부터 안보와 통상이 두 개의 축으로 함께 논의돼왔다. 통상과 안보 패키지의 논의 속도가 엎치락뒤치락하던 끝에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 발표가 가능했다.미국에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 통상 패키지와는 달리, 안보 패키지는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승인과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 지지를 획득하며 정부의 '성과'로 여겨져 왔다. 이에 정부는 속도감 있는 진행을 위해 이행 시간표를 못 박으려 했다.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전 관련 협의를 진전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미국의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우리 정부는 신속히 관련 협의체(TF)를 꾸리며 미국을 오갔지만 미국 실무 대표단의 방한은 구체적 설명 없이 미뤄졌다. 미국이 우리 국회의 늦은 입법상황에 불만을 품으며 투자이행을 재촉했던 것과는 반대의 상황이 안보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던 것이다.
"안보도 경제적 시각에서 보는 트럼프 설득해야"
다만 정부는 미국과의 안보 협상에 속도 차이가 있을지언정 변화 기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 장관도 미국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경제·통상 분야의 문제가 안보 분야 합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와 안보를 연계시키는 경향이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한국과의 안보 협력이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해관계를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도 경제적 시각의 틀에서 저울질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핵추진잠수함의 경우에도 미국 내 조선사업과 연계시키는 등 접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실효적 추진체계가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우선순위 설정, 대미 협의, 법·제도·예산 또한 범정부TF에서 패키지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