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입양·시간여행까지…연여름이 그린 '연대의 SF'

한국SF 신작 단편집 '밤을 달려 온'

황금가지 제공

한국SF어워드와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아 온 작가 연여름의 신작 단편집 '밤을 달려 온'이 출간됐다. 여덟 편의 단편을 묶은 이번 책은 기후 위기와 입양 제도, 노동과 착취, 차별과 연대라는 동시대적 질문을 SF적 상상력으로 확장한다.

수록작들은 거대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개인이 마주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구름을 터뜨리면'은 드론으로 비구름을 통제하는 '구름 협약' 국가만이 풍요를 누리는 기후 불평등의 세계를 배경으로, 생존 기술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차단되는 현실을 그린다. 테마파크에서 소나기를 연출하는 노동자 보은과 기술을 훔쳐 도주하는 옛 친구 유나의 선택은, 개인의 양심이 어떻게 균열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 준다.

'하품'에서는 전염병 이후 인류가 꿈을 잃은 근미래를 설정해, 아이가 보호자를 선택하는 '가족 초대 제도'를 제시한다. 보호자가 아이를 고르는 기존 입양 구조를 뒤집는 이 상상은, 돌봄과 권력의 관계를 다시 묻는다.

표제작 '밤을 달려 온'은 밤과 낮이 11년 주기로 교차하는 세계에서 타인의 마음을 읽는 부엌데기 '온'과 적국의 포로가 맺는 관계를 통해 사랑과 배신, 폭력의 윤리를 밀도 있게 탐색한다. 이 밖에도 인간을 사랑한 천사의 선택을 다룬 '화살 거두는 천사 틸리의 선택', 안데르센 '엄지공주'를 SF 수사물로 재해석한 '스왈로우 탐정 사무소 사건 보고서', 시간 여행 능력을 지닌 길고양이와 함께 1943년 경성으로 향하는 '캐트닙 네트워크'까지 장르적 변주는 폭넓다.

연여름은 이번 책에서 짜릿한 서사적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소수자의 시선으로 구축한 대안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연여름 지음 | 황금가지 | 340쪽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