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다 지났는데" 늦어진 '한파 규칙'…실효성 논란도

입법예고 앞둔 '한파 작업' 산안기준 규칙 개정안
이번 겨울 지나서야 기준 마련…적용은 빨라도 올해 10월 이후
영하 12~15도 기준에 구체적 휴식 규정 빠져 실효성 의문

황진환 기자

고용노동부가 겨울철 옥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한파 작업 기준'을 마련했지만, 실제 적용은 올해 하반기에나 이뤄질 예정이어서 '늑장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보호 기준마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7일 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노동부는 최근 기상청의 한파특보 기준을 준용한 한파 작업 기준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한파'를 "저체온증이나 동상·동창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차가운 온도의 기상현상"으로 정의하고, '한파작업'을 "기상청의 한파특보가 발효된 지역에서 옥외 작업 등을 수행하는 경우"로 명시했다.

한파특보 발효시 △휴식시간 배분 등 작업시간대 조정 △건강장해 예방 및 응급조치 사전교육 △보호구 착용 지도 △119신고 등의 사업주 의무도 규정됐다. 현재는 냉장·냉동시설 등에서 일하는 '한랭작업'만 규정화돼 있지만, 지난해 '폭염작업' 규정 도입에 이어 이번에 '한파작업' 기준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러한 기준이 현장 현실과 동떨어진 '책상머리 행정'이라고 비판한다. 기상청법상 한파특보는 최저기온이 영하 12도(주의보) 혹은 영하 15도(경보) 이하일 때 발효되는데, 체감 온도가 영하로만 떨어져도 동상이나 저체온증 위험이 급증하는 옥외 작업의 특성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에서 쓰러져 숨진 철근공 배모씨의 경우, 당시 지역 체감온도는 영하 7.4도였다. 배씨는 한파 속 장시간 노동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다.

개정안의 기준대로라면 당시 기온은 한파 주의보 기준에 미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파특보를 기준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기준의 명확성 때문에 개정안에는 한파특보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입법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노동부는 최근에야 개정안 초안을 마련했으며,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실제 법적 효력은 이르면 올해 10월에나 발생할 전망이다. 이번 겨울 내내 노동자들은 사실상 법적 보호의 공백 상태에서 혹한을 견뎌야 했던 셈이다.

노동부는 폭염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해 단계별로 추진하다 보니 늦어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업주가 폭염·한파에도 보건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지난 2024년 10월 이뤄져 지난해 6월 시행에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늑장 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호 조치의 내용 역시 부실하다는 평가다. 폭염 시에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과 같은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돼 있지만, 한파 규칙에는 '휴식 시간을 적절히 배분한다'는 모호한 표현에 그쳤다. 경영계의 반발을 의식해 강제성을 완화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노동계가 강력히 요구해온 '온열기 배치 의무'도 사업주 부담 등을 이유로 제외됐다. 폭염 작업의 경우 '냉방 또는 통풍 등을 위한 적절한 온도·습도 조절장치의 설치·가동'을 규정하고 있지만, 혹한에 대해서는 비용 문제를 이유로 온열기 배치 의무가 빠졌다. 노동부는 대신 예산 사업을 통해 온열기 배치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법 개정 이후 시행 시점이 작년 6월이었는데도, 한파 규정이 여전히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파작업 기준과 내용을 보면 현장에서 아무런 효용이 없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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