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 주문·온라인 예약 일상화…디지털 취약층은 '이용 포기'

식당은 'QR 주문'·미용실은 '온라인 예약' 빠르게 확산
운영 효율은 높아졌지만 노년층·장애인에겐 이용 장벽
전문가 "개인 문제가 아닌 접근성 설계의 문제, 표준 필요"

광주의 한 음식점에 QR 코드를 통한 주문을 안내하는 공지문이 붙어 있다. 한아름 기자

"찌개 하나 먹으려 해도 화면으론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결국 '이리 와주시면 안 될까요' 하고 직원을 부르게 됩니다."

미용실은 온라인 예약, 식당 주문은 QR 코드를 이용하는 등 편리함을 앞세운 디지털 서비스가 빠르게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디지털 취약층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광주 남구에 사는 정영동(59) 씨는 요즘 식당에 갈 때마다 불편한 상황에 맞닥뜨린다고 말했다.

식당에 가면 직원을 부르기보다 키오스크나 태블릿PC 화면을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엔 스마트폰으로 테이블에 붙은 QR코드를 찍고 메뉴를 직접 찾아 주문해야 하는 식당도 늘었다. 정 씨는 "젊은 사람은 금방 누르는데 우리는 눌러야 하는 버튼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포털을 통한 미용실 예약을 유도하는 안내문들이 광주 시내 곳곳에 붙어 있다. 한아름 기자

미용실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화를 걸면 '온라인 예약'을 유도하는 안내가 먼저 나온다. 전화로 예약을 하려 해도 디자이너 이름과 시술 종류를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50대 신모 씨는 "점심 시간 짬을 내서 회사 근처 미용실에 방문하려 했는데 온라인으로 예약하기가 어려워 젊은 동료의 도움을 받아 겨우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방식은 주문 실수를 줄이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 업주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과 일부 장애인에게는 주문과 예약 단계부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취약 계층에겐 작은 글씨와 복잡한 화면 구성, 매장마다 다른 주문 방식이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인의 디지털 역량 부족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서비스 설계 단계에서의 '접근성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은경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술 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매장마다 다른 주문·예약 방식이 아닌 어느 정도의 국가 표준과 보완 장치가 마련된다면 디지털 취약층도 훨씬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년층 안에서도 특히 여성 노인이 디지털 기기 활용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장애인 역시 신체 특성에 따라 키오스크 사용을 힘들어하는 등 다양한 취약계층의 상황이 있다"며 "현재 시스템은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이를 활용하기 어려운 취약층에 대해 디지털 교육 강화와 표준 시스템 마련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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