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수사에 속도를 붙이고 나서면서 피해자인 이 대통령의 처벌 의사 확인이 향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권이 사라지는 반의사불벌죄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산하 금융범죄수사대와 형사기동대가 이 대통령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수사를 벌이고 있다.
우선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극우 인터넷 매체 A사와 발행인 허모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 등을 마친 뒤 허씨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울청 형사기동대는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만간 진행한다.
두 사건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통령과 주변에 대한 허위 보도를 고발하고,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우선 경찰은 A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총 7가지 범죄 사실을 적시했다. 백악관과 CIA가 이 대통령을 없앨 변수가 50%가 넘는다는 전언, 안동댐 괴담 사건 관련 르포 및 기획 취재, 한미 정상회담 취소설, 이 대통령과 김 부속실장의 불륜설 등 여러 음모론을 다룬 A사 보도를 수사 선상에 올렸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는 지난해 8~10월 이들 보도를 7차례에 걸쳐 경찰에 고발했다.
전한길씨에 대한 수사도 민주당 고발에서 비롯됐다. 전씨는 미국 체류 중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비자금을 숨겼고 김 부속실장과 사적인 관계가 의심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씨는 최근 5개월여 만에 귀국하면서 "이재명 정권 들어 8건이나 고발을 당했다. 표현의 자유를 막기 위한 지나친 고발"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명예훼손 '피해자'인 이 대통령의 처벌 의사를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 것인지가 향후 수사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수사기관이 명예훼손죄 같은 반의사불벌죄를 수사할 때는 피해자에게 처벌 의사를 확인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굳이 수사를 진행할 필요성 자체가 사라져서다.
다만 아직까지 경찰이 이 대통령이나 김 부속실장의 처벌 의사를 공식적으로 파악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가 없다. 서초동의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경찰은 명예훼손죄 고발장을 받으면 처벌 의사부터 확인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송치 여부를 판단하기 전 확인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가 현직 대통령인 점은 변수"라고 말했다.
일례로 검찰은 지난 정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뉴스타파 등 언론사 기자를 수사해 재판에 넘겼지만 피해자인 윤 전 대통령의 처벌 의사는 확인하지 않아 수사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1심 재판 단계에서 기자들의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의 사실조회 의견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