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인 수용시설인 대구시립희망원에서 20여 년간 강제수용 됐던 60대 남성에게 국가가 13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김태균)는 5일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 피해자인 전봉수(68)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전 씨에게 13억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구희망원에 강제로 수용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13억 원에 대해 2015년 12월 18일부터 2026년 2월 5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돈을 지급하고 소송 비용 중 3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시설에 감금되거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근로를 한 부분 등은 모두 인권 침해로서 원고의 권리가 침해된 점이 인정된다"며 "대구희망원에 대한 지도 관리 감독 사무는 국가의 사무로서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피고 측은 전 씨가 자발적으로 입소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뤄졌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적 장애인인 전 씨가 지난 1998년 충남 천안역에서 신원미상의 스님이 국밥을 사준다는 말에 따라갔다가 차로 납치돼 약 24년간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수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또, 희망원이 원래 64년생으로 돼 있던 전 씨의 호적을 58년 출생으로 바꾼 뒤 종이 가방을 만드는 강제 노역을 시킨 사실도 확인했다.
재판이 끝나고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씨는 "기쁘다. 집을 사서 농사를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대리인인 강수영 변호사는 선고 결과에 대해 "원고가 스스로 원해서 천안에서 희망원에 입소를 했다거나 노숙자였기 때문에 수용되는 것이 타당했다는 등 피고 측의 주장들이 배척되고 원고에 대한 불법 행위가 인정된다는 점을 판단해주신 법원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부산형제복지원의 사례를 근거로 요구한 18억여 원의 배상금 중 13억 원만 인정된 데 대해선 "부산형제복지원은 일상적인 폭행과 가혹 행위가 있었고 입소 당시 소년이었던 점을 감안해서 연 8천만 원 정도를 책정했다. 전 씨는 소년은 아니었다는 점과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증명이 부족했기 때문에 낮은 금액으로 책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