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5일 "노사 합의 없는 인공지능(AI) 투입은 일자리를 빠르게 파괴하고 극빈층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양 위원장은 이날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자동차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도입 반대 논란을 들며, 기술 발달이 노동 현장에 미칠 충격에 대해 이 같이 우려했다.
현대차 지부가 노사 합의 없는 아틀라스 도입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된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나서 현대차의 아틀라스 도입 반대에 대해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며 러다이트 운동에 빗댄 바 있다.
양 위원장은 "노동조합과 노동 현장의 변화에 대해서 합의하에 진행해야 된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그동안의 로봇 도입이나 자동화 과정이 노동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숙의나 합의 없이 사측의 일방적 강요와 정부의 사용자 편향적 권장 속에 진행되어 왔음을 지적했다.
그는 "민주노총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지부도 AI나 기술 발달을 저해하거나 막을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제는 기술 도입이 고용 생태계와 사회 구조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양 위원장은 "정부의 정책이나 국책 사업을 진행할 때 환경영향평가를 하듯이 이제는 노동에 관련된 정책이나 기업이 입장을 결정할 때 노동 영향 평가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노총 차원에서도 별도 대응팀을 구성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할 뜻도 밝혔다.
양 위원장은 AI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정부의 역할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는 "기업은 로봇을 도입하고 자동화함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이윤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것인지 문제에 대해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바탕으로 사회안전망을 더욱 두텁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줄어드는 일자리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노동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장은 "일자리의 문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문제 그리고 사회 안전망의 문제 이런 것들이 모두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며 단순히 노사정 대표만이 모이는 구조를 넘어 훨씬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긴 호흡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은 올해를 '원청 교섭의 원년'으로 삼고 노조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양 위원장은 "올해를 원천 교섭의 원년으로 초기업 교섭을 돌파하는 해로 그 힘을 기반으로 모든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과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개별 기업의 교섭으로는 다양한 변화에 조응하고 개선 사항을 마련해 나가기 어려운 조건이다. 그래서 초기업 교섭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하청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원청 사용자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3월 10일 개정 노조법 시행이라는 시기에 맞춰서 이제 교섭을 시작하자라고 전면적으로 제안"하며, 사용자들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7월 총파업 등을 통해 강력히 대응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정부 측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에 대해서는 단호한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양 위원장은 "일관되게 현재의 경사노위는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경사노위라고 하는 곳의 구조 자체가 그동안 노동자들의 입장과 고민, 또 수기 기능이 충실하게 작동하기보다는 정부의 정책을 관철하고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적어도 균형자적 역할을 할 수 있겠다 라고 하는 판단이 없이 그 논의 자리에 들어가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어보겠다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적어도 노정 간의 최소한의 신뢰 관계는 형성이 되어야 논의해 볼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국회 주도의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양 위원장은 "국회에서 입법이 진행되면 의장이 변경되더라도 국회 사회적 대화의 틀은 유지될 수 있고 민주노총은 국회 사회적 대화의 틀 속에서 더 다양한 의제들을 논의할 수 있도록 의제를 발굴하고 다양한 논의 테이블을 계속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회 대화 기구에서 AI 교육 문제와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안전망 보장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2~3월 중 1차적인 결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년연장 입법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에서는 2025년 내 입법하겠다고 약속하고 공언해 왔다. 그런데 이것을 이유 없이 미루고 있다"며 "이것을 빌미로 계속 정년 연장을 늦추고 있는 것은 지방선거에 대한 유불리 문제로 좀 손익 계산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후 빈곤 해소를 위해 정년연장 입법이 시급하며, 양대 노총이 힘을 모아 이를 관철하기 위한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양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와의 노정 협의 체계 구축 및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노동부와 앞서 설명드린 노정 협의라고 하는 구조를 만들어냈고 그 공간에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오는 11일 운영협의체 킥오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작년 연말을 경과하면서 제가 직접 보건복지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은 별도 면담을 했고 해당 부처들과는 별도의 논의 테이블이나 이런 것들을 만들어 가자라고 이야기한 바도 있다"며 노동부뿐만 아니라 산업통상부, 총리실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동 현안에 대한 실무적 협의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