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보호생물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지인 서귀포시 대정읍 연안이 낚시와 양식장, 관광선박 등 인간 활동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5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서귀포시 대정읍 노을해안로 일대 제주남방큰돌고래 위협 요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구간은 신도리 해양보호구역을 포함해 일과리·영락리·무릉리 일대 약 10km로, 제주남방큰돌고래가 먹이활동과 휴식을 반복하는 핵심 서식지다.
조사 결과 첫 번째 위협 요인으로 레저낚시가 지목됐다. 노을해안로 연안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물 낚시 포인트다. 조사팀은 양식장 배출수를 따라 흘러나온 병든 광어와 낚시꾼들이 던진 생물 미끼를 먹기 위해 돌고래들이 연안으로 접근하고, 이 과정에서 낚싯줄과 폐어구에 얽히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낚시 쓰레기에 얽힌 남방큰돌고래는 모두 9마리로, 현재 3개체가 낚싯줄에 감긴 채 생활하고 있다. 나머지 6마리는 폐사하거나 실종됐다.
육상 양식장도 주요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도내 육상 양식장 332곳 중 72곳이 대정읍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 시설은 해수를 사용한 뒤 오염수를 다시 연안으로 방류하고 있다. 조사팀은 이로 인해 연안 기초 생태계가 훼손됐고, 취·배수관 확장과 교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 폐자재 투기 등으로 서식지 파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선박에 의한 교란도 지속되고 있다. 과거부터 관광선박이 남방큰돌고래 무리 가까이 접근하거나 이동 경로를 따라 주행하는 장면이 수시로 관찰되고 있다. 하지만 접근 제한 지침이 있음에도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3건에 그쳤다.
남방큰돌고래 핵심 서식지를 대상으로 한 해상풍력단지 개발사업도 위협 요인으로 제시됐다. 조사팀은 장기간 소음 공해와 건설 장비 접근으로 심각한 서식지 교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육상기인 오염물질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제주도의 질소질 비료 사용량은 6년 새 29.3% 증가했고, 2020년 기준 대정읍 지하수의 질산성질소 농도는 먹는 물 기준을 넘는 28.3㎎으로 조사됐다. 조사팀은 이 물질과 폐농약, 농업 쓰레기가 하천을 통해 연안으로 유입돼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육상 양식장 배출수 수질 관리 제도 개선 △연안수질 관리계획 수립 △돌고래 관광 선박 관리 제도 개선 △낚시금지구역 지정 △보호구역 확대 지정 △지역 주민 중심의 관리 계획 수립 등을 제시했다.
파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노을해안로 연안에서 발견된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의 마지막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충격적이었다"며 "머리부터 꼬리까지 낚싯줄이 얽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꼬리지느러미도 거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바다의 깃대종이자 핵심종, 지표종으로 종달이의 죽음은 한 개체의 사고가 아니라 제주 바다를 이용하는 인간의 방식이 다른 생명에게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남방큰돌고래의 죽음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는 것이 제주 바다를 되살리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