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이민 단속 당국에 의해 체포됐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9월 4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엔솔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체포하자,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통화로 이들의 석방을 요청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켐프 주지사에게 조지아 공장의 대규모 체포 사실을 몰랐다고 사적으로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 초기에 "난 그 사건에 대해 (당국의) 기자회견 직전에야 들었다. 아는 것이 없다"며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ICE는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8일 보도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 사태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not happy)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을 주도하고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역할과 막강한 지위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WSJ는 '스티븐 밀러는 어떻게 트럼프의 경계를 허무는 충동을 부추기는가?(How Stephen Miller Stokes Trump's Boundary-Pushing Impulse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밀러 부비서실장의 막후 권력 행사를 집중 조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또다른 트럼프'이자 '정권 실세'로 분류되는 밀러 부실장은 트럼프 집권 2기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다.
'하루 3천명' 체포와 추방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것도 밀러 부실장이다.
WSJ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4년에 세워진 기록(40만명)을 넘는 한해 '100만명 추방'을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상호관세 인상을 무기로 전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국에서 동맹국인 한국 노동자의 기술 이전과 공장 설립이 절실하다.
조지아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 참모들에게 공장과 농장에서 대규모 체포 작전을 하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고 말했지만, 밀러 부실장은 계속해서 대규모 단속을 주장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미 논란이 된 '적성국 국민법'을 적용해 이민자들을 엘살바도르의 교도소로 추방하는 방안과 이민자들이 하루 일감을 찾아 몰리는 '홈디포 급습 작전'도 밀러 부실장의 작품이었다.
'복지 스캔들'을 빌미로 소말리아계 사기범들을 추방하겠다며 미네소타주에 대규모 ICE 요원들을 투입하고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주도한 것도 밀러 부실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 요원들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권자이자 백인 남성인 알렉스 프레티가 사망하자, 밀러 부실장은 SNS에 글을 올려 프레티를 '요원 암살시도범',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프레티가 비무장 상태로 사살된 동영상이 속속 공개되면서, 당국의 과잉 진압에 이은 정부 차원의 거짓 발표라는 비판이 잇달았고, 강경 일변도의 반(反) 이민정책에 대한 반발은 더 커졌다.
WSJ에 따르면, 국경순찰대 요원들은 프레티를 사살한 뒤 현장 사진을 밀러 부실장에게 보냈다.
백악관 홍보 및 정책 담당자들이 대응을 고심하는 동안 밀러 부실장은 곧장 "(사망자가) 연방 법 집행관에 대한 암살을 시도한 국내 테러리스트"라는 메시지를 냈다.
백악관 내 승인이나 검토를 거치지 않은 발언이었고(None of the language Miller used had been approved or reviewed, said administration officials familiar with the matter),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정치적 위기 중 하나를 촉발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요인인 된 것은 물론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도 주변에 "일부 사안에서 밀러가 너무 나갔다"는 취지의 불평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여론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네소타에 급파한 '국경 차르'인 톰 호먼을 통해 이 짖역에서 이민 단속 요원 700명을 철수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 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