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집값 잡기'를 위한 매머드급 주택개발에 경기 과천시 지역사회가 찬반으로 갈리고 있다.
6년 전 도심지인 정부청사 유휴지 주택계획에 일제히 반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권역별 이해관계에 따라 여론이 나뉜 것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어떻게 합의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집값 잡기용 주택정책에 반발 "지역 자산 피해+교통난 우려"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과천 경마장과 인근 군부대 일대 땅에 9800가구 규모의 미니신도시급 택지개발 계획을 발표했다.수도권 내 공급 물량을 늘려 과열된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겠다는 게 핵심 취지다. 과천은 한국부동산원 매매가격지수상 도내에서 집값 오름폭(지난해 1~3분기 기준, 16.9%)이 가장 큰 지역이다.
그러자 과천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지역의 자산을 없애고 과도한 택지를 조성하면, 시민들 삶의 질 저하와 세금 낭비만 초래한다는 논리다.
과천 도심지역 주민들 위주로 구성된 '과천을 사랑하는 시민들 일동'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만회하기 위해 과천을 희생양으로 삼은 졸속 결정"이라며 "(경마장과 방첩사 이전은) 도시설계를 넘어 국가 자산과 안보 시설, 녹지를 주택 공급의 도구로 전락시킨 무책임한 탁상행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간 450억~500억 원대 세수입을 낳는 경마장과 국가 안보 상징 시설, 시민 쉼터를 일방적으로 이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지식정보타운(지정타), 주암·과천·갈현지구 등 기존 개발만으로도 교통량이 한계치를 넘어서 이미 '교통지옥'에 가깝다"며 "이 좁은 땅에 (추가 주택공급에 따른) 하수처리장을 하나 더 두겠다는 건 비상식적이다"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개발계획의 주된 목적이 집값 안정화에 있는 만큼, 대규모 신규 입주 물량으로 인한 부동산 시세 조정을 걱정하는 여론이 강하다는 관측도 있다.
반대 단체의 성명에는 빠져 있지만, 실제 관련 온라인 단체대화방을 보면 지역 내 주택 공급 확대에 따른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다수 글들이 관찰된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과천은 보수성향이 강하고 비싼 부동산을 소유한 구성원이 많아 주택 공급에 굉장히 민감하다"며 "상당수 시민들은 집값 때문에 주택개발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찬성 측 "고통 유발 시설 없애고 균형개발·자족도시 기대"
반면 개발 대상지인 과천 외곽 지역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수십 년 지속된 기피시설로 인한 희생을 끝내고, 낙후된 권역에 대한 '균형개발'을 기대하는 분위기다.광창·삼포·원주암마을 등을 포함한 과천동, 주암동 등지에서는 정부의 경마장 부지 일대 개발계획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해당지역 시민들은 입장문에서 "경마공원은 시민 쉼터가 아니다. 40여년 주말 교통정체와 소음, 쓰레기 무단투기, 음주·흡연 등 고통을 유발해 왔다"며 "(사행성) 경마장은 자녀 교육관에 혼란을 주고, 근처엔 하수종말처리장 입지가 결정되는 등 희생을 강요당했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경마장 이전과 과천시의 재정 체질 개선 필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한 "과천의 기반시설 포화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 동네엔 기초적인 생활시설조차 턱없이 부족하다"며 "말뿐인 균형발전이 아닌, 그늘져 있던 지역에도 고른 개발로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마장 세수와 집값 하락 우려에 관해서는 "과거와 달리 경마장 세수입 비중은 이미 크게 감소했고, 주택과 기업 부지, 상업시설 개발로 지속가능한 새로운 세수를 확보해 '자립 도시'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가까운 지정타의 경우, 입주 당시 걱정했던 것과 달리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과천의 가치는 더욱 견고해졌다"고 짚었다.
지정타에 아파트와 기업 등이 들어서면서 연간 400억 원대 이상 신규 세수입이 발생한 데다, 입주 이후에도 과천 부동산 시장은 식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처럼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 과천 여론이 분산된 건 6년 전 문재인 정부의 과천정부청사 유휴지 주택개발 시도에 전역이 반발하며 철회를 이끌었던 것과 대비된다.
일방적 주택 공급을 통한 시세 조정을 저지하려는 원도심 소유주들과 기피시설 이전을 연계한 복합개발을 바라는 사업대상지 주민들 간 입장 차이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자족시설 확충 중요…정쟁 아닌 생산적 논의 필요"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집값 잡기'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지역의 찬반 입장까지 갈리면서 앞으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낼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기적 관점에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공론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른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서울 출퇴근 교통망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서 추진해야 할 것 같다"며 "집 많이 짓는다고 집값이 떨어지진 않는다. 집값 요인 때문에 반발이 거세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야당은 반대 표심을 활용해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고, 여당은 교통이나 생활기반시설, 기업 유치 등에 관한 대책들을 제시하며 정쟁을 벌일 것"이라며 "소모적 갈라치기가 아닌, 도시 자족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론장이 형성돼야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계획 발표 이후, 단순 주택 공급이 아닌 첨단기업 부지 조성과 광역교통망 확충 등 자족기능 강화에 관한 후속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