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 확대를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4일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지적하며 현장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 보강을 국회와 정부에 촉구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작업중지권의 요건을 기존 '급박한 위험 발생'에서 '위험 발생 우려'로 완화하고, 정당한 권리 행사에 불이익을 주는 사업자를 형사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나, 민주노총은 현재의 논의 수준이 현장의 요구를 담아내기에 지극히 빈약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날 회견에서 정부와 국회의 개정 방향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최 실장은 "작업중지 요건의 확대라고 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급박한 위험'이 계속 유지되는 한 현장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급박한 위험 여부를 두고 벌어진 법적 다툼이 노동자의 권리 행사를 가로막아 온 만큼, 안전·보건 조치가 미비하거나 폭염·폭우 등 유해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까지 작업 중지 요건을 구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실장은 "정부 입장은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까지만 명시하고 다른 아무것도 명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작업 중지를 요청하면 사업주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즉각 작업을 중단해야 실질적인 요청권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은 노동자가 위험을 인지해 작업을 멈춰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만 명시했을 뿐, 요청을 받은 사업주가 즉각 작업을 중단해야 할 법적 의무나 이를 거부했을 때의 처벌 규정은 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은 작업중지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경제적 손실 보전과 불이익 처우 금지의 실효성 확보를 제시했다.
특히 건당 수수료가 임금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일당제 건설 노동자의 경우, 작업 중지로 인한 임금 감소가 곧바로 생계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임금 손실 보전'이 법적으로 명문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구두 지시나 차기 현장 투입 배제와 같은 교묘한 보복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형사 처벌 조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비스연맹 홍창의 수석부위원장은 "사업주가 작업 중지 요청을 거부해도 처벌 규정이 없는 현재의 안은 무책임하다"며 "배달 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임금 손실 보전 없는 작업 중지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건설노조 경인건설지부 임명열 사무국장 역시 "건설 현장에서는 사고가 나야만 멈추는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작업 중지로 인한 일당 손실을 법적으로 보전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죽음을 무릅쓰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권리 행사의 주체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민주노총은 개별 노동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작업 중지를 결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노동조합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13조에 따라 안전 조치가 완료되지 않았을 때 노동자가 작업 복귀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법에 명시하고, 위험이 집중되는 하청 및 특수고용 노동자까지 작업중지권 보호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오는 5일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앞두고 "단순히 법안을 발의했다는 생색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짧은 시간 안에 날림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행태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번 개정안이 실질적인 재발 방지와 산재 사망 사고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심의에 임할 것을 거듭 강력히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