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부산 백화점 '미식전쟁', 경험 중시 여겨 초고가 매출 늘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제공

단순한 '성의 표시'였던 명절 선물이 개인의 취향을 증명하는 '미식 큐레이션'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물가 여파로 실속형 소비가 확산될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부산지역 백화점가에서는 한우와 세계 진귀 식재료를 결합한 초고가 세트가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선물 문법이 가성비 위주의 실속형과 경험 중심의 하이엔드형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소비 양극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우와 3대 진미의 만남…'초고가'가 팔린다


3일 오전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지하 식품관. 설 명절을 보름여 앞둔 매대엔 과거 '정육 세트'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졌던 풍경 대신 낯선 조합들이 자리를 잡았다. 1++ 등급 한우 안심 옆에 프랑스산 푸아그라가 놓였고, 암소 등심 세트 사이로 벨루가 캐비아도 눈에 띈다. 올해 부산 유통가가 명절 대목을 맞아 던진 화두는 '미식(Gourmet)'이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4개점(부산본점·광복점·동래점·센텀시티점)은 지난달 26일부터 본격적인 설 선물세트 본판매에 들어갔다. 이번 명절의 주인공은 단순한 '고기'가 아니다. 롯데백화점은 '한우&푸아그라 세트'(36만5천 원)와 '한우&캐비아 세트'(35만 원)를 주력 상품으로 내놨다. 수백만 원대를 호가하는 '엘프르미에 특선 기프트'(160만 원)도 100세트 한정으로 준비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현재까지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린 품목은 한우가 포함된 정육 세트(40% 증가), 사과와 배 등 청과 세트(20% 증가)가 그 뒤를 이었다. 올해는 '미식 트렌드'를 반영한 디저트 선물세트가 10% 이상 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도 '뉴실버 세대'가 매출을 이끌고 있다. 프리미엄 선물세트 '5-STAR'는 구매력 있는 5060세대에게 인기를 얻으며 지난해보다 매출이 15% 늘었다. 5-STAR는 신세계 바이어가 산지를 직접 발굴해 생산과 재배, 가공 전 과정을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선물세트다. 명품 한우, 굴비, 대과 등을 많이 찾는 추세다.

고물가 속 실속형 소비가 확산될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부산권 백화점의 프리미엄 수요는 오히려 견고해지는 모양새다. 백화점 관계자는 "지역 점포의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1월 26일~2월 2일)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보다 매출이 10%가량 늘었다"며 "단순히 비싼 선물을 넘어 '집에서 파인 다이닝(최고급 식당)을 경험한다'는 서사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희소성'에 열광하는 젊은 층…선물은 곧 '취향'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평범한 건 거부한다'는 젊은 소비층과 이른바 '뉴 실버 세대'의 취향 변화가 있다. 유통업계는 선물 문법이 '정성'에서 '큐레이션'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유명 배우와 협업한 와인 에디션이나 유통사 최초 블라인드 테스트로 선정된 와인 세트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설 선물을 사러 온 김모(34)씨는 "부모님께 매년 드리던 평범한 한우 세트 대신, 올해는 같이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이색 식재료가 포함된 세트를 골랐다"며 "가격은 비싸지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초미식' 트렌드에 집중하는 배경엔 소비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마트가 온라인 배송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중적인 실속 시장을 공략한다면, 백화점은 오프라인 공간의 강점을 활용해 '집에서 즐기는 파인 다이닝'이라는 서사를 판매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