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시골의 욕망…'초능력 세 자매'의 지옥 같은 연대

천쓰홍, '장화현 3부작' 대미 '셔터우의 세 자매' 출간

천쓰홍 작가. 민음사 제공

 타이완 문학 붐을 이끈 '귀신들의 땅'의 작가 천쓰홍이 장편소설 '셔터우의 세 자매'로 돌아왔다. 그의 고향 장화현을 배경으로 한 '장화현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작품은 한적한 시골 마을을 무대로, 초능력을 지닌 세 자매의 기이하고도 비극적인 삶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소설의 배경은 장화현 바닷가 마을 셔터우. 한때 양말 산업으로 번성했지만 쇠락한 이곳은 샤오(蕭) 씨 성을 지닌 이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같은 아버지와 각기 다른 세 어머니에게서 같은 날 태어난 세 자매, '1호·2호·3호'가 있다. 이들은 각각 죽음을 예견하는 시선, 과거와 미래를 꿰뚫는 후각, 마음의 소리를 듣는 청각이라는 능력을 지녔지만 그 힘을 통제하지 못한 채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누군가 곧 죽는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확실하다"라는 문장처럼, 이들의 초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에 가깝다. 1호는 막을 수 없는 죽음을 예견하고, 2호는 욕망을 읽는 능력 탓에 가까이한 남자들을 잇달아 잃는다. 3호는 들리지 말아야 할 마음의 소리를 듣는 대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 속에 살아간다.

세 자매의 삶을 뒤흔드는 사건은 1호의 임신과 출산이다. 아이 '샤오샤오'는 세 자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허락된 행복이지만, 성장 후 뜻밖의 죽음을 맞으며 다시 비극의 고리를 완성한다. 이후 세 자매는 각자의 지옥에 갇힌 채 흩어지고, 마을 전체를 뒤흔드는 '슈퍼 토요일'을 앞두고 다시 운명처럼 한자리에 모인다.

민음사 제공

천쓰홍은 이 작품에서 타이완 민간 신앙, 일부다처적 가족 구조, 지방 권력, 성소수자 혐오와 연대까지 거침없이 끌어온다. 특히 레즈비언과 트랜스젠더 인물을 전면에 배치하며, 동성혼 합법화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차별과 폭력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작가는 판단이나 교훈을 앞세우기보다, 시골이라는 공간에 축적된 욕망과 상처를 미스터리와 블랙유머로 밀어붙인다.

'셔터우의 세 자매'는 따분한 시골이라는 통념을 전복하는 소설이다. 초능력과 저주, 웃음과 비극이 뒤엉킨 이 이야기는 결국 묻는다. 지옥 같은 삶이라도, 함께라면 견딜 수 있는가. 천쓰홍의 장화현 3부작은 이 질문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은 채, 가장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결말로 독자를 데려간다.

천쓰홍 지음 |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4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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