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국방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에 교육계에서 우려하고 반대한 내용 다수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가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목소리를 내왔음에도 이 같은 목소리가 법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반발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충남교사노조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 준비 중인 특별법안의 초안을 확인 후 '교육을 해체하는 조항이 많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교사노조가 꼽은 주요 문제점 중 하나는 '교육 분야가 독립된 영역이 아닌 하나의 하위 항목처럼 다뤄지는' 것이었는데, 교사노조가 문제로 든 초안의 조항들은 지난달 30일 실제 발의된 법안에도 담겼다.
경제과학중심도시 개발과 관련된 특별법안 제72조(기본계획의 수립)를 보면, '통합특별시장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포함하는 경제과학중심도시의 개발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돼있고 '교육의 진흥 및 인재육성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있다.
'교육부장관 및 통합특별시교육감과 사전에 협의하여야 한다'는 단서가 있긴 하지만, 충남교사노조는 "교육은 더 이상 독립된 정책 영역이 아니며, 교육감은 결정권자가 아닌 단지 협의 대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지는 '그 밖에 통합특별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두고는 "사실상 전면 포괄 위임 조항으로,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교육 영역까지 무제한 확장할 수 있고 이 구조에서 교육자치는 설 자리를 잃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제73조(기본계획의 확정)는 '통합특별시장은 수립·변경 또는 폐지된 기본계획을 통합특별시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시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지원위원회와 통합특별시교육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돼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정책 실패의 책임은 학생과 학부모, 학교 현장이 떠안음에도 교육감은 사후 통보만 받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법안이 발의된 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지자체장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해 교육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교육감은 협의·통보 대상 수준으로 밀려나 교육 관련 주요 정책 등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평했다.
통합특별시장이 과학중심도시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교육 및 대학에 관한 사항을 '교육부장관'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고 돼있는 조항 또한 "지역교육의 대표인 교육감은 배제돼있다. 이는 지방교육자치의 전면 부정"이라는 비판을 샀다.
통합특별시장이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아 영재학교나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지정 또는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관련해서는 "영재학교 설립 주체에 시장을 포함시켜 영재교육을 정치적 성과 사업으로 전락시키고, 특수목적고 설립·지정 권한을 교육감이 아닌 시장에게 부여함으로써 입시와 학교 정책이 교육적 판단보다는 행정·정치 논리에 좌우될 위험을 키운다"고 대전교사노조와 충남교사노조는 우려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도 "자율학교, 영재학교, 특수목적고 등에 대한 무분별한 특례를 인정함으로써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서열화로 학생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원단체들은 법안에 담긴 '학교급 간 통합지도', '유치원 입학 연령 하향' 등도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은 "교사노조에서 많은 요구들이 있었는데 사실은 법안에 많이 안 담겨서 여러 불만들이 있었다"며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이 부분은 열심히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목고 등의 설립 문제와 관련해서는 "핑계일 수도 있지만, 기업들의 요구가 있었다"며 "지역 인재 육성과 이를 통해 지역 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것의 일환으로 보면 될 것 같고 일단 기본적인 내용이 들어가있지 않으면 나중에 설립하거나 할 때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이 포함돼서 들어간 면이 있다"고 말했다.